LG 트윈스 봉중근(38)은 최근 거리를 걷다 팬들로부터 많은 격려를 받았다. 2년간 재활에 몰두하다 은퇴를 결정했다는 소식을 공식화한 19일 이후 봉중근의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이 바로 그것이다. 그를 알아본 팬들의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봉중근은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 참가 여부를 두고 고민을 거듭했다. 팀이 한창 순위싸움을 하는 시기라 더욱 그랬다. “아무런 도움도 못 주고 있는데, 괜히 집중력 흐트러지지 않을까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그의 말에 진심이 느껴졌다. 다행히 5강싸움의 분수령이었던 27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를 바꾼 덕분에 봉중근도 한결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설 수 있었다.
그는 LG 팬들에게 가을야구의 상징과도 같은 유광점퍼를 입고 나왔다. 잘 어울렸다. 달변가로 소문난 그는 질문 하나하나에 성심성의껏 답하며 그라운드를 떠나는 아쉬움을 전했다. 10승 투수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2011시즌 중반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은 뒤 마무리투수로 보직을 바꾸고, 익숙하지 않은 자리에서 2년 연속(2013~2014시즌) 30세이브를 따낸 LG맨은 아쉬움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은퇴를 결심한 뒤 거리에서 스쳐 지나간 팬들과 일화를 소개할 때는 표정에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은퇴를 결정한 뒤 거리를 걷다 보니 팬들이 정말 많더라.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내가 너무 죄송스러웠다.” 팀이 어려운 시기에 도움을 주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이었다. “은퇴해야겠다고 스스로 판단했다. 선배, 코치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선택에 후회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2년간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 게 가슴 아프고 미안하지만, ‘그래도 너는 할 만큼 했다. 미련 없이 제2의 인생으로 다시 보는 날이 올 것이다’는 말에 용기를 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LG 팬들을 바라보는 봉중근의 마음도 애틋하다. ‘제2의 인생’에 대한 질문에 답할 때도 그의 LG 사랑이 그대로 전해졌다. “야구로 인생을 시작했고, 평생 야구 관련 일을 하고 싶다. 그게 내 꿈이다. 무엇보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LG를 워낙 사랑했고, 이상훈 코치님을 보면서 야구를 시작했다. LG는 너무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팀이다. 평생 LG를 사랑하면서, 야구쪽에서 큰 꿈을 이루고 싶다.”
봉중근은 소문난 ‘별명 부자’다. 2009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기습적인 견제 모션으로 스즈키 이치로(일본)를 황급히 귀루하게 한 장면은 그야말로 백미다. 팬들은 그때부터 ‘봉의사’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이와 반대로 팀이 하위권을 전전하던 2008~2010시즌 선발진에서 자기 몫을 하면서도 승운이 따르지 않아 ‘봉크라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이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낸 봉중근이다. “스스로 자랑스러웠다. 좋은 별명이든 나쁜 별명이든 그만큼 관심을 받는 것이니까. ‘봉크라이’라는 별명도 고마웠다. 그만큼 나를 믿어주신다는 뜻이 아닌가. ‘봉의사’ 또한 야구를 사랑하시는 팬분들이 지어주신 별명이고, 훗날 대대로 이어질 자랑이다.
” 그의 말 마디마디에 진심이 느껴졌다. 마지막까지 그는 웃으며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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