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중근(38·LG 트윈스)은 오랜 현역 생활을 거치며 많은 별명을 가졌다. 좋은 의미도, 나쁜 의미도 있지만 그에게는 모두 추억이 되었다.
봉중근은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LG와 KIA 타이거즈의 시즌 16차전을 앞두고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1997년 미국행을 선택했던 봉중근은 2007년 LG에 입단하며 한국에 돌아온 지 12년 만에 유니폼을 벗엇다. 그동안 LG와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봉중근은 2007년 해외 유턴파로 화제를 모았는데 첫 별명은 좋지 않았다. 당시 삼성에서 뛰던 브라이언 매존이 봉중근에 대한 질문에 “미미한 선수까지 다 알지 못 한다”라고 답해 ‘봉미미’가 됐다.
기분 나쁠 별명이었지만 봉중근은 개의치 않아 했다. 이날 은퇴를 앞두고 봉중근은 “좋든 나쁘든 관심이다. 어떤 별명이든 관심을 받는 것 자체가 자랑스러웠다”라며 “아직까지도 봉미미라는 별명을 듣고 있지만 좋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관심을 자양분 삼아 야구 생활을 이어간 봉중근은 실력으로 다른 별명을 얻었다. 불운의 에이스에게 붙는 ‘봉크라이’였다. 봉중근은 한국에 돌아오고 1년의 적응기를 보낸 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에이스로 활약하며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당시 LG는 침체기에 있었고 활약에 비해 승수는 많지 않았다. 3년 동안 32승. 이에 팬들은 승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의미로 ‘봉크라이’라 불렀다. 올 시즌 퀄리티스타트 19회, 평균자책점 3.09를 기록하고도 9승에 그치고 있는 LG의 외국인 투수 타일러 윌슨이 ‘윌크라이’라고 불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봉타나’ 등 다른 별명도 있지만 봉중근이 가장 좋아하는 별명은 단연 ‘봉의사’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로 나선 봉중근은 일본전에서만 3차례 나오는 등 4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0.51을 기록해 ‘봉의사’라고 불렸다.
봉중근은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온 국민이 보는 경기를 하는 국가대표는 누구나 욕심을 갖는 자리”라고 말했다.
그만큼 대표팀에서의 활약으로 얻은 ‘봉의사’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다. 봉중근은 “가장 뿌듯하다. 내 인생에서 봉중근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라며 “한국 야구 팬이 지어준 별명이다. 대대로 이어질 자랑이라 생각한다”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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