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봉중근(38)이 28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서 공식 은퇴식을 갖고 그라운드와 작별을 선언했다. 경기 전 기자회견에 나선 그가 유니폼을 차려입은 모습은 새로웠다. 2017시즌부터 유니폼 디자인이 새롭게 바뀌었는데, 정작 봉중근은 그때부터 단 한 번도 1군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새롭게 디자인한 유니폼을 입은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LG맨’이라는 한 가지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흰색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은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LG맨이었다.
류중일 LG 감독도 봉중근의 은퇴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올 시즌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봉중근과 함께한 기억이 없어서다. 2013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감독과 선수로 함께 뛰긴 했지만,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고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진 못하게 된 것이다. 류 감독은 “본인이 재활을 정말 열심히 했는데”라고 운을 뗀 뒤 “제2의 인생을 잘 준비하길 바란다.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류 감독의 기억에 봉중근은 어떤 투수로 남아 있을까.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던지니 명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종합하자면, 그야말로 ‘완벽한 투수’가 따로 없었다. 실제로 봉중근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투수였다. 선발투수로 3년 연속(2008~2010시즌) 10승을 거뒀고,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고 마무리로 전환한 첫해인 2012시즌 26세이브를 따낸 뒤 2년 연속(2013~2014시즌)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기록만 봐도 흠 잡을 데가 없다. 류 감독은 기록 이상의 가치를 설명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공도 빠르고, 제구도 좋고, 특히 1루 견제능력이 굉장히 뛰어났다. 그뿐만이 아니다. 투수로서 수비도 잘했고, 바깥쪽 코스를 공략하는 능력도 좋았다. 투구폼도 짧고 간결한데, 선발뿐만 아니라 마무리로도 잘해줬다. 정말 좋은 투수였다.”
적장인 김기태 KIA 감독도 봉중근과 추억을 꺼내놓았다. 2013시즌 LG가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며 10년간 가을야구에 실패한(2003~2012시즌) 아쉬움을 털어냈을 때 둘은 감독과 선수로 호흡을 맞췄다. 김 감독은 “좋은 활약을 해준 선수다. 부상으로 은퇴하게 돼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봉중근과) 함께하며 좋은 추억이 많았다. 이제 인생의 전반전이 끝났으니 제2의 인생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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