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2위를 노렸던 팀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다. 결국 8위까지 내려앉았다. 라이벌 팀에게 철저하게 무너진 것이 무엇보다 뼈아프다. 두산 베어스 공포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LG 트윈스 이야기다.
LG가 또 고개를 숙였다. 9월 30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 시즌 15번째 맞대결에서 1-7로 졌다.전날 7-1로 이기다 8-9로 역전패했던 LG는 이번에는 이렇다하게 힘 한 번 쓰지 못했다. 2017시즌 포함 두산전 17연패. ‘언젠가는 이기겠지’라는 희망을 품다가 어느덧 시즌 전패의 위기에 직면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한 시즌 특정 팀을 상대로 100% 승률을 기록한 사례는 두산의 전신인 OB가 원년인 1982년 삼미 슈퍼스타즈를 상대로 16전승을 거둔 것이 유일하다. LG는 10월 6일 예정된 두산과의 시즌 최종전에서 또 패한다면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된다. 상대가 ‘한 지붕 두 가족’ 라이벌이란 점에서 치명적이다.
● 두산 상대 14실책, 스스로 무너지는 LG
두산은 올 시즌 LG와 천적관계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승의 비결을 물을 때면 “이유를 모르겠다”는 답만 돌아온다. 결국 늘 초조한 쪽은 LG다. 맞대결 기회가 줄어들수록 승리에 대한 부담감은 가중된다.
두산 앞에만 서면 스스로 무너진다. LG는 올 시즌 92개의 실책을 저질렀고, 이 가운데 두산전에서만 무려 14개가 나왔다. 30일에도 뼈아픈 실책이 패배의 빌미가 됐다. 0-3으로 뒤진 6회 1사 1루 상황에서 오재원의 평범한 땅볼 타구에 2루수 정주현의 송구 미스가 이어졌다. 결국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낸 것이 비수가 돼 돌아왔다. 이후 임찬규는 정진호에게 볼넷을 허용해 2사 만루 위기를 맞았고, 류지혁의 적시타와 허경민의 몸에 맞는 볼, 정수빈의 볼넷이 이어지며 3점을 더 내준 뒤 교체됐다.
올 시즌 맞대결의 분위기를 보면 3점차도 버거운데, 0-6까지 벌어진 격차를 극복할 힘이 LG에겐 없었다. 7회 아도니스 가르시아의 솔로홈런(8호)으로 1점을 만회했지만, 그게 끝이었고, 두산 선발투수 이용찬에게 개인 통산 2번째 완투승과 시즌 15승(3패)까지 헌납했다.
● 실패한 부상자 관리, 멀어지는 가을잔치
투타를 막론하고 부상자 관리에 취약했다. 불펜에선 필승조의 한 축을 맡아준 김지용이 팔꿈치 부상으로 낙마한 7월 이후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는 진해수~신정락~정찬헌 등 나머지 필승계투요원들의 과부하로 이어졌다. 게다가 에이스 노릇을 하던 헨리 소사 도 고관절 통증으로 최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타선에서는 맏형 박용택이 허리 부상, 김현수가 발목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져있다. 그들의 대체자를 발굴하지 못한 것도 LG가 5강 경쟁에서 사실상 밀려난 결정적인 이유다.
LG는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 라이온즈에서 우승 경험을 가진 류중일 감독을 ‘우승 청부사’로 영입했다. 그러나 최근 15경기에서 두산전 2연패를 포함해 3승12패에 그치며 고비를 넘지 못했다. 5위 KIA 타이거즈와 8위 LG의 간격은 이제 4게임으로 벌어졌다. 가을무대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LG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