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이 못 속여 근력 강화에 집중… 3점슛으로 여러팀 괴롭히겠다
유재학 감독과 다시 한번 우승 파티”
2014년 10월 3일 개천절에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인천 아시아경기 정상에 올랐다. 한국을 12년 만의 금메달로 이끈 주역은 유재학 대표팀 감독(55)과 간판 슈터 문태종(43)이었다.
그로부터 딱 4년이 흘러 3일 유 감독과 문태종은 현대모비스 선수단과 함께 부산행 고속철에 몸을 실었다. 13일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연고지 울산에서 코트 적응 훈련에 나설 목적이었다.
문태종이 5월 오리온을 떠나 현대모비스로 이적한 데는 다시 한번 유 감독과 함께 우승의 꿈을 이룬 뒤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싶다는 의지가 작용했다. “아시아경기 금메달은 미국 집 트로피 룸에 잘 모셔뒀다. 대표팀에서 유 감독님과 동고동락했기에 익숙함이 있다. 당시 대표팀 동료였던 양동근, 이종현과 다시 뛰는 것도 너무 반갑다. 라틀리프(라건아)와의 호흡도 잘 맞는다. 모비스는 내 마지막 팀이 될 것이다. 우승반지와 함께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모비스에는 농구를 할 줄 아는 선수가 너무 많고, 누구 하나 게으르거나 포기하는 동료가 없다. 시즌이 기다려진다.”
유 감독은 문태종과 같은 나이(43세)였던 2006∼2007시즌에 현대모비스 지휘봉을 잡고 처음 우승 헹가래를 받았다. 예전 같으면 이미 지도자의 길을 걸었을 문태종은 그 어느 때보다 시즌 준비에 공을 들였다. 2일 삼성과의 연습경기가 열린 경기 용인 현대모비스 체육관에서 만난 그는 “세월은 못 속인다. 무릎, 발목, 팔꿈치가 예전 같지 않아 지난 몇 달 동안 근력 강화에 집중했다. 1주일에 다섯 번 매일 훈련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문태종은 미국 집에 3000달러(약 336만 원)짜리 하체 강화 운동 기구까지 들여놓고 몸을 만들었다. 농구 선수인 그의 둘째 아들(12세)은 아버지 훈련 파트너를 자처했다. 문태종은 “아들 키가 194cm인데 신발 사이즈는 350mm나 된다. 아들과 농구 얘기를 하다 보면 내가 새롭게 배우는 것도 많다”고 말했다.
유재학 감독은 “근력 테스트 결과 문태종이 까마득한 후배 선수들보다 더 좋게 나온 항목도 많다”고 칭찬했다.
2남 1녀를 둔 문태종은 국내 무대에서 9시즌 만에 처음 홀로서기에 나선다. 교육 문제로 아내와 자녀 모두 미국으로 떠났다. 며칠 전 숙소 근처에 아파트를 계약했다는 그에게 외롭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10대 두 아들과 7세 딸이 한창 클 때라 순간순간 변한다. 그런 모습들을 놓치는 게 아쉽다”면서도 “팀 훈련량이 많아서 다른 생각 할 틈이 없다. 요즘 생활은 농구, 밥, 잠 세 가지뿐이다”라며 웃었다.
국내 리그에서 8시즌 동안 평균 12.7점을 넣은 문태종은 “3점슛으로 여러 팀들을 괴롭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출전 시간은 경기당 20분 전후를 예상한다. 건강하게 시즌을 완주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유 감독 역시 “문태종이 상대 수비를 많이 끌고 다니며 동료들에게 기회를 열어줄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장수하고 있는 문태종의 존재는 후배 선수들에게 롤모델이 되고 있다. 문태종은 “훈련할 때 늘 한결같이 똑같은 걸 반복해야 한다. 슈팅 몇 개를 넣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팔꿈치 각도에서 손의 위치가 어디에 있을 때 슈팅 성공률이 높아지는지 등에 대해 세밀하게 신경 써야 한다. 지루하고 재미없을 수 있지만 그걸 완성해야 실전에서 뭔가를 이룰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