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LG에 0-3으로 뒤진 4회말. 서울 잠실구장 마운드에 턱수염을 길게 기른 외국인 투수가 올라왔다. 2015시즌 KBO리그에 데뷔한 뒤 통산 112경기에서 1경기만 구원 등판했던 선발투수 피어밴드였다. KT의 창단 첫 탈꼴찌 염원을 짊어지고 마운드에 오른 그는 3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임무를 완수했다.
LG 타선이 꽁꽁 묶이는 동안 위즈의 마법이 펼쳐졌다. 5회초 강백호의 1점 홈런(27호)을 시작으로 6회초 3득점에 성공하며 경기를 4-3으로 뒤집었다. 1점차 리드를 끝까지 지킨 KT는 9위 NC에 승차 없이 승률에서 0.003 뒤진 10위로 따라붙으며 꼴찌 탈출의 기회를 다시 살렸다.
하위 팀의 간절함이 돋보인 하루였다. 이날 KIA(5위), LG(8위)를 각각 상대한 삼성(6위), KT(10위)는 나란히 승리를 거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 여부가 달린 5위 자리도, 시즌 꼴찌라는 불명예 자리도 더욱 오리무중에 빠졌다.
삼성은 KIA 에이스 양현종을 초반부터 두들겼다. 삼성은 2회까지 0-2로 밀렸으나 3회말 선두타자 최영진의 홈런포(1점)를 신호탄으로 5득점했다. KIA는 양현종의 부상이라는 악재를 맞았다. 3회 투구 중 옆구리에 불편함을 느낀 양현종은 3회까지 투구한 뒤 강판됐다. 삼성은 5회말에도 대거 11점을 뽑는 등 20-5로 승리하며 KIA를 1경기 차로 뒤쫓았다.
롯데만 예외였다. 3위 한화를 상대한 7위 롯데는 7-6으로 역전패했다. 0-2로 뒤지던 5회초 한화 선발 샘슨을 공략해 5득점하며 분위기를 가져왔지만 7회말 5점을 내줬다. 이날 경기 전까지 ‘10경기 8승 2패’의 상승세도 주춤해졌다.
한화는 분위기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한용덕 한화 감독과 불화설이 돌던 송광민을 2군으로 보내는 특단의 조치를 한 뒤 선수들이 똘똘 뭉쳐 2연패에서 벗어났다. 이날 대전구장에는 1만3000명의 만원 관중(시즌 19번째)이 들었는데, 한화는 구단 사상 처음 한 시즌 안방 관중 70만 명 돌파(71만1555명)라는 겹경사를 맞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