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다. 스포츠는 세상을 바꾸고 사람들을 단결시키는 힘이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1918∼2013)의 이 말은 스포츠클럽이 지역사회의 통합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생활스포츠 선진국이자 엘리트스포츠 강국이기도 한 독일과 일본의 스포츠클럽 이모저모를 통해 국내 상황에 적합한 공공 스포츠클럽의 발전 방향을 살펴본다.
○ 독일-클럽을 통한 지역커뮤니티 활성화
독일은 스포츠클럽 활동이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국가다. 약 11만 개 스포츠클럽의 회원 수는 약 2750만 명(전체 인구의 약 35%)에 이른다. 대부분의 스포츠클럽은 지방자치단체 체육회와 종목별 경기연맹의 회원단체이며 이를 기반으로 독일올림픽체육회가 국가대표 선발과 각종 국제대회 출전 등을 총괄한다. 주요 스포츠클럽은 수준별 리그대회 등을 통해 엘리트선수를 배출하고 있다.
독일은 ‘스포츠를 통한 풍요로운 삶’을 기치로 내걸고 1961년부터 15년간 시행한 ‘골든 플랜(생활체육 활성화정책)’으로 확고한 터전을 다졌다. 170억 마르크(현재 가치 200조 원)를 투입해 각 종목 경기장 1만4700개와 실내체육관 1만5900개, 수영장 5400개, 어린이를 위한 운동장 3만1000개를 조성했다.
비영리법인인 독일의 스포츠클럽은 철저히 공공복지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다. 남녀노소는 물론이고 소외계층 없이 평등하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회비가 저렴하다. 클럽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한 달 회비가 아동은 7∼8유로(약 1만 원), 청소년은 10유로(약 1만3000원), 성인은 15유로(약 2만 원), 가족(성인2+자녀2)은 20유로(약 2만5000원) 정도다. 골프 시즌요금이 60유로(약 8만 원)에 불과하다. 이는 정부와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사업비 보조, 조세 감면, 시설 무상 임대 등)을 받고 있어 가능하다.
한편 독일의 스포츠클럽은 사회 통합의 주요한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독일에는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이주민이 살고 있다. 독일 내 외국인은 전체 인구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귀화 외국인과 그 자녀를 합치면 20%에 이른다.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200만 명을 돌파한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눈여겨볼 부문이다.
○ 일본-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클럽 육성
우리나라처럼 학교와 실업팀 중심으로 스포츠가 발전했던 일본은 2000년 ‘스포츠 기본계획―풍요로운 스포츠환경을 목적으로’를 수립해 꾸준히 종합형 지역스포츠클럽을 확대해 왔다. 고령화, 의료비 증가, 비만인구 증가, 청소년 문제 등 각종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국의 스포츠클럽은 3600여 개, 회원 수는 약 2006만 명(전체 인구의 약 16%)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기존 체육단체, 동호회의 비협조로 상당한 진통을 겪었으나 흔들림 없는 정책 추진으로 스포츠클럽과 회원 수의 지속적인 증가를 이끌어냈다. 한 예로 일본의 초등학생 축구클럽팀이 우리나라보다 수십 배나 많은 이유는 스포츠클럽의 활성화 덕분이다.
일본 종합형 스포츠클럽의 특징은 학교 시설 활용이 89%, 학생 비율이 37%에 이를 정도로 학교 체육과의 연계가 잘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2020 도쿄 올림픽을 대비해 엘리트 선수를 양성하기 위해 지역에 따라 전략 종목을 선정하고 스포츠클럽과 학교운동부로 구분한 ‘투 트랙 선수 양성 전략’도 스포츠클럽 활성화에 자극제가 됐다. 전통적인 강세 종목인 수영은 지역의 스포츠클럽을 중심으로 선수가 양성되고 있다. 전국에서 운영 중인 수영클럽이 6000개가 넘는다. 레슬링 선수도 스포츠클럽 중심으로 배출되고 있다. 레슬링 클럽은 260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 생활체육-학교체육-엘리트체육으로 명확하게 분절된 우리나라 스포츠 현실과는 뚜렷하게 비교된다.
또 일본의 스포츠클럽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데 특징이 있다. 대부분의 스포츠클럽에 보조요원이 상주하며 장애인의 스포츠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이 역시 우리가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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