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다’에서 ‘춥다’로 반응이 달라질 만큼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진 10일 오후 파주NFC. 벤투호는 수많은 시선 속에서도 감출 것 없다는 듯 11대11 실전훈련을 진행했다. 화끈한 주전경쟁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모양새다.
오는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나흘 뒤인 16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북중미의 복병 파나마와 두 차례 평가전을 갖는 축구대표팀이 소집 사흘째 훈련을 진행했다.
소집 첫날이던 8일 가벼운 컨디션 조절을 거쳐 9일 비공개로 훈련을 진행했던 대표팀은 이날 보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팀 컨디션을 경기일 수준에 근접하게 끌어올리는 작업을 시행했다.
한 대표팀 관계자는 “벤투 감독이 워낙 꼼꼼하다. 모든 스케줄을 코치들과 상의해서 함께 짠다.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는 자신이 대동한 포르투갈 코치뿐만 아니라 한국인 스태프들도 함께 한다”고 전했다. 이어 “모두가 선수 개개인이나 팀의 컨디션을 같이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무언가 변화가 생기면 함께 공유해 스케줄을 수정한다”고 했다.
이날 대표팀은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훈련을 실시했다. 축구협회는 공식적으로 “오전에는 특별할 것 없었다”고 밝혔으나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진 프로그램 전체가 이미 짜놓은 각본이었다.
한 내부 관계자는 “오전 훈련 때 4~5단계로 프로그램을 차근차근 소화했다. 그리고 나서 오후에 경기 위주의 훈련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의 말대로 오후 훈련은 경기장 크기만 좁혀서 진행했을 뿐 거의 실전 경기였다.
이날 훈련은 전날 무릎에 가벼운 부상을 입은 이재성을 제외한 24명이 참가했다. 이들이 11명씩 팀을 꾸려 화끈한 실전훈련을 소화했다.
한쪽은 지난 9월 A매치 때 주전급으로 나섰던 이들이 주를 이뤘다. 수비진이 홍철-김영권-장현수-이용으로 꾸려지고 기성용과 정우영 중앙MF 조합에 남태희 공격형MF 그리고 손흥민-황의조-황희찬이 공격진으로 나섰으니 표면적으로는 베스트에 가까웠다. 섣불리 ‘주전조’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으나 상대적으로 도전하는 인물들이 반대편에서 팀을 꾸리면서 보다 전투적인 경쟁이 펼쳐졌다.
실전 같은 경기였으나 훈련은 훈련이었다. 벤투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선수들 사이를 오가면서 중요한 순간이라 판단될 때마다 지시를 내렸다. 코너킥 등 세트피스 상황이 벌어지면 전체적으로 진행을 멈춘 뒤 약속된 움직임을 다시 각인 시켰다.
공수가 바뀌어 역습 상황이 연출될 때면, 공격을 맡은 팀 쪽으로도 또 수비를 해야 하는 쪽으로도 열정적인 지시가 내려졌다. 벤투 감독이 직접 라인을 잡는 모습도 자주 연출됐다. 선수들 입에서 “감독님이 작은 부분까지 세세하게 잡아준다”고 말하던 이유가 느껴지던 대목이다.
약 4~50분가량 뜨거운 강도로 경기 중심의 훈련이 마무리 됐다. 이후 기성용을 비롯해 손흥민, 이승우, 황희찬 등 주요 공격수들은 별도 프리킥 연습을 추가했다. 주전 공격수들의 나머지 공부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나 이들의 자세는 자못 진지했다. 벤투호의 내부경쟁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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