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축구대표팀의 분위기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에 가깝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 최종전에서 최강 독일을 2-0으로 꺾은 뒤 생긴 ‘자신감’이 새로운 사령탑과 함께 새로운 에너지를 형성, 새로운 전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 상승세를 잇기 위해 대표팀이 다시 출격한다. 벤투호는 16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북중미 복병 파나마와 평가전을 갖는다. 2018년 국내에서 열리는 마지막 A매치인데, 최근 2승1무 흐름을 이어 팬들에게 승리를 안긴다는 각오다.
파나마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0위로 최근 상대한 코스타리카, 칠레, 우루과이보다는 한 수 아래로 평가된다. 해볼 만한 전력이라는 게 안팎의 중론이다. 파나마는 나흘 전 일본과의 평가전에서도 0-3으로 완패했다. 한국도 충분히 골을 넣고 꺾을 수 있는 팀이다. 그래서 침묵하고 있는 손흥민의 발끝에 더 많은 시선이 모인다.
혹사우려 속에서 한국 땅을 밟았을 때 스스로는 ‘괜찮다’ ‘재밌다’ 했지만 일단 우루과이와의 평가전까지 손흥민 자신은 재미를 보지 못했다. 팀적으로는 FIFA 랭킹 5위에 빛나는 강호를 2-1로 꺾었으니 신바람 날 일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 개장 후 8번째 만원사례를 이뤘을 정도로 큰 호응이 펼쳐진 가운데 세계적인 수준의 팀을 꺾었으니 더더욱 사기충천이다.
하지만 팀의 에이스 손흥민의 표정은 마냥 밝지 않았다. 벤투호 출항 후 득점포가 침묵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이전과 다른 ‘이타적 플레이’에 크게 신경 쓴 영향이 없진 않으나 그렇다고 공격 쪽에 욕심을 전혀 내지 않은 것도 아니다. PK 실패를 떠나 몸놀림이 가볍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스스로도 느끼는 대목이다.
우루과이전이 끝난 뒤 손흥민은 “팀은 좋은 경기를 했지만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나는 더 잘해야 하는 선수”라고 책임감을 강조한 뒤 “이겨서 좋기는 하지만 스스로에게 짜증이 많이 났다”고 반성을 표했다. ‘솔직히 자존심이 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물론 영향력과 존재감은 여전하다. 우루과이 타바레스 감독은 “손흥민은 이미 톱클래스”라는 짧고 굵은 칭찬을 전했다. 골을 넣지 않아도 손흥민이 현재 한국 축구의 에이스라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에이스이기 때문에 지금의 침묵이 길어서 좋을 것 없다. 손흥민은 파나마전을 끝으로 내년 1월까지 대표팀 동료들과 호흡을 맞출 기회가 없다. 곧바로 아시안컵 대회 도중 팀에 합류, 조별리그 3차전부터나 나설 수 있다. 가뜩이나 부담스러울 조건인데 미리 부담을 덜어내는 것이 이롭다.
토트넘의 손흥민을 위해서도 이쯤에서 침묵을 깰 필요가 있다. 러시아 월드컵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등 강행군이 이어지면서 어려운 출발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실제로 시즌 초반 고전하고 있다.
아직 2018-2019시즌 마수걸이 득점을 신고하지 못했다. 챔피언스리그와 정규리그를 통틀어 도움 1개가 공격 포인트의 전부다. 당시 어시스트 역시 손흥민보다는 골을 기록한 라멜라의 슈팅이 빛났다.
지난해에도 스타트는 늦었다. 정규리그 첫 골은 지난해 10월23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리버풀과의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에서야 작성됐다. 뒤늦게 득점포를 가동했으나 결국 손흥민은 2017-2018시즌을 18골로 마쳤고 도움도 11개를 포함해 커리어 최다 공격포인트를 작성했다. 요컨대 급할 것은 없다.
하지만 주위에서 ‘괜찮다’라고 다독이는 것과 당사자의 심리상태가 같을 수는 없다. 어차피 감각은 연동된다. 소속팀에서 슬럼프를 겪던 이가 대표팀 일정을 마친 뒤 부활하거나 그 반대되는 경우를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공격수는 골이 보약이다. 파나마를 상대로 골을 기록하는 것은 ‘토트넘의 손흥민’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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