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이정후(20)는 한화 이글스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 도중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 팀이 PO와 한국시리즈(KS)에 오른다고 해도 올해는 더 이상 그라운드에 설 수 없다.
부상 탓에 동료들보다 시즌을 조기 마감한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 이종범 MBC스포츠+ 해설위원의 마음도 당연히 편치 않다. KBO리그 대표 레전드였던 자신의 뒤를 이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아들이 한없이 대견하면서도 또다시 부상을 당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눈치였다.
이 위원은 23일 “나도 현역 시절에는 거친 야구를 하지 않았냐”고 애써 웃으면서도 아쉬움을 모두 숨기지는 못했다.
사실 이 위원은 평소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조심스러워한다. 혹여 지도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아들 이정후’에게는 누구보다 든든한 조력자지만, ‘야구선수 이정후’의 인생 항로에는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 이정후가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 야구대표팀에 최종 발탁된 순간에도 그랬다. 아버지의 입장에선 무척 기쁜 일이었지만, 당시 이 위원은 대표팀 외야수비 및 주루코치였다. 당연히 지도자의 입장에서 이정후를 바라봐야 했다.
공과 사의 구분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확실한 이 위원이지만 아들이 부상으로 가을무대에서 일찍 퇴장한 것에 대해서 만큼은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아들은 입단 첫해(2017시즌) 신인왕을 차지했고, 2018 정규시즌 109경기에선 한때 타격 1위에 오르는 등 타율 0.355(459타수163안타), 6홈런, 57타점, 출루율 0.412를 기록하며 KBO리그 최정상급 타자로 우뚝 섰다. 그리고 데뷔 첫 가을잔치에도 나섰다. 준PO 2게임에서 9타수 무안타로 부진했지만, 외야 수비에서 엄청난 힘을 보태며 경험치를 쌓고 있었다. 그런데 20일 2차전에서, 그것도 9회말에 호수비를 펼치다 쓰러져 가슴을 덜컥 내려앉게 했다. 아들은 2주 내에 부상 부위인 왼쪽 어깨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왼쪽 어깨를 무리하게 쓰면 안 된다고 했는데, 수비 과정에서 어깨가 그라운드에 걸리더라. 보는 순간 ‘큰일 났다’ 싶었다. 본능적으로 타구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도 현역 시절 거친 야구를 했다. 항상 다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도 그게 잘 안 된다. 다치지 않고 야구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이)정후 엄마도 걱정을 많이 한다.”
안타까움 속에서도 조언을 잊지 않았다. 아들은 이미 신인의 티를 벗은 지 오래다. ‘2년차 징크스’에 대한 우려도 단번에 깨트렸다. 이 위원에게는 쑥쑥 커가는 아들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 엄청난 기쁨이다.
“2018시즌을 준비하다 손가락을 다쳐 2군에서 시작했다. 시즌 중에도 잦은 부상에 힘들어했는데, 그만큼 성숙해졌다. 운동선수는 다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은 한해였다. 2년차 징크스에 대한 우려와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이 됐을 텐데 잘 이겨내서 기특하다.”
끝으로 이 위원은 야구 선배이자 아버지로서 한마디 덧붙였다. 여기에는 ‘아들’ 이정후가 건강하게 선수생활을 이어가길 바라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매년 힘들어진다는 것을 느낀 한해가 됐을 것이다. 내년에는 상대팀이 더욱 집요하게 분석하고 승부할 것이다. 스스로 이겨내는 게 숙제다. 지금의 성적을 2~3년간 더 유지하면 루틴이 생길 것이다. 많은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데, 무엇보다 불평 없이 잘해줘서 기특하고 정말 자랑스럽다.” 아버지의 목소리에 아들 사랑이 진하게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