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누구보다 응원하는 팀의 최고참 이택근.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젊음의 상징’ 프로야구 넥센에는 큰 경기 경험이 없는 어린 선수들이 즐비하다. 장정석 감독이 이번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최고참 이택근(38)을 붙박이 2번 타자 겸 좌익수로 일찌감치 낙점해 놨던 까닭이다.
시즌 막판 장 감독은 이택근이 실전에 나서는 대신 잔부상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하며 베테랑이 큰 무대에서 중심을 잡아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이택근은 컨디션 점검차 나섰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갈비뼈 부상을 입어 4주 진단을 받았다. 넥센이 한국시리즈까지는 가야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아볼 여지라도 남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택근은 마냥 손놓고 있지 않았다. 그는 포스트시즌 첫 경기였던 와일드카드 1차전을 앞두고 후배들에게 “정말 기억에 남는 시즌이 되게 해줘서 고맙다. 여기까지 왔으니 쉽게 끝내지 말자”고 했다. 그날 그 대신 좌익수를 맡은 이정후는 슈퍼캐치로 넥센의 승리를 이끌었다.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아 규정상 더그아웃에 앉아 있을 수 없던 이택근은 경기를 라커룸 TV로 지켜보다 승리와 동시에 그라운드로 달려 나갔다. 이택근은 “하이파이브는 같이 한다. 그렇게 뒤에서라도 함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TV로 지켜본 팀의 경기에 대해 이택근은 “경험 없는 선수들이 시즌 때 이미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지만 그래도 포스트시즌 경기는 좀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걱정과 다르게 페넌트레이스 때처럼 겁 없이 하는 거 보고 좀 놀랐다”며 뿌듯해했다.
넥센은 준플레이오프에서 이정후까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한화를 3승 1패로 꺾고 플레이오프까지 쾌속 진출을 이어갔다. 이택근 역시 고척 안방경기는 물론 대전 방문경기까지 경기 전 미팅부터 선수단과 모든 일정을 함께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8타점을 쓸어 담고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임병욱은 “택근 선배가 ‘너희 덕에 여기 왔다. 고맙다’고 해주셨다며 마음으로나마 팀과 함께하고 있는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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