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메릴 켈리가 4이닝을 끝으로 교체되면서 SK 마운드에는 먹구름이 드리우는 듯했다. 4회까지 72구를 던진 켈리는 오른손 저림 현상으로 5회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1-1 동점 상황 마운드를 지켜야 할 SK 구원진은 올 시즌 평균자책점이 5.49로 7위에 불과했다. 팀 블론세이브도 21개(3위)나 됐다. 평균자책점 4.17(1위)의 선발이 긴 이닝을 책임지는 가운데 장타로 앞서나가 경기를 끝내는 것이 올 시즌 SK의 야구였다. 켈리의 강판으로 SK의 시나리오는 어그러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윤희상부터 시작된 SK 불펜은 1차전에서 3홈런을 포함해 8점을 터뜨린 넥센 타선을 5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5회 마운드에 선 김택형(사진)은 1과 3분의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5회 1사 1, 2루 상황에서 넥센 2번 타자 김규민에게 병살타를 유도해 위기에서 벗어난 김택형은 6회 샌즈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이후 박병호를 파울 플라이로 잡은 뒤 송성문과 임병욱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김택형은 가장 집중한 상대로 이날 5번 타순에 올라선 송성문을 꼽았다. 2015년 넥센 입단 동기인 둘은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 만나 신경전(?)을 펼쳤다고. 김택형은 “(송)성문이가 ‘네 공은 무조건 홈런 친다’고 하더라. 그래서 더 집중하고 던졌다”고 말했다. 전날 1차전에서 홈런을 2개 기록하며 ‘미친’ 활약을 보인 송성문은 이날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SK 힐만 감독은 “5회를 시작하면서 손혁 투수 코치에게 ‘오늘은 불펜이 해줘야 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몸이 잘 풀린 투수들의 제구가 좋아 승리할 수 있었다”며 뿌듯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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