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려지는 이청용의 활약상이다. 주위에서 비관적인 전망들이 쏟아졌을 때 그 누구보다 괴롭고 부담되고 두려움도 들었을 당사자지만 이를 악물고 마음을 다잡으며 스스로를 채찍질한 덕분에 부활의 날갯짓에 성공하고 있는 모양새다.
‘블루 드래곤’ 이청용이 예의 모습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새 둥지로 옮긴 후 첫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날 3개의 어시스트를 쏟아냈다.
이청용의 소속팀 보훔은 30일 오전(한국시간) 독일 보훔의 루르스타디온에서 열린 레겐스부르크와 2018-2019시즌 독일 분데스리가2 11라운드에서 3-3으로 비겼다. 선발로 필드를 밟은 이청용은 이날 팀이 기록한 3골을 모두 어시스트하며 공격의 단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청용은 0-1로 뒤지던 전반 45분 테셰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하며 첫 포인트를 올렸다. 이어 후반 9분과 20분 연속해서 힌더시어의 골을 도와 도움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이청용이 유럽 무대 진출 이후 한 경기에서 3개의 도움을 기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공격 포인트 이상으로 반가운 것이 4경기 연속 선발 및 풀타임 소화다.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분데스리가에 적응할 수 있을지, 최근 몇 시즌 동안 주전경쟁에서 도태돼 실전에 많이 나서지 못했던 체력이 뒷받침해줄 수 있을지, 이제 적잖아진 나이(30)를 생각할 때 여러 가지 우려가 많았는데 빠르게, 잘 뿌리 내리고 있다.
이청용의 축구인생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줬던 2010년까지와 2011년 이후가 크게 달라진다. 앞선 시간까지는 기성용과 함께 ‘쌍용’으로 불리며 한국 축구의 오늘이자 내일로 펄펄 날았다.
하지만 2011년 여름 프리시즌 경기에서 톰 밀러(뉴포티카운티)의 악의적인 살인태클에 큰 부상을 당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어야했다. 이후로는 가시밭길의 반복이었다. 몸 상태는 좀처럼 부상 전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내부 경쟁은 점점 더 어려워진 채 나이는 조금씩 많아졌으니 그를 아끼는 팬들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 크리스탈 팰리스에서는 거의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더 이상 잉글랜드 무대에는 이청용이 뛸 마땅한 둥지가 없었고 K리그로 돌아와야 한다는 이야기도 적잖았다. 이청용이 끝까지 유럽행을 고수, 분데스리가2부를 택했을 때 욕심이라는 비아냥도 들렸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이청용의 간절한 노력이 반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모양새다. 아직은 더 지켜봐야겠으나 지금까지는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스스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흐름이다.
베테랑 윙어 이청용이 서서히 나래를 펴면서 축구대표팀의 날개 공격수 경쟁도 보다 흥미로워질 전망이다.
이청용은 지난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소집된 마지막 훈련명단에 합류했으나 최종 23명 안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벤투 감독 부임 후 두 차례 소집명단에도 빠졌다. 하지만 새로운 팀, 새로운 리그에서의 적응이 우선이었던 지난 9, 10월 때와 지금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벤투호는 오는 11월17일 호주, 20일 우즈베키스탄과 두 차례 평가전을 호주 원정으로 치른다. 원정 2연전에 함께 할 벤투호 3기의 명단은 11월5일 발표될 예정이다. 손흥민을 부를 수 없고 전체적으로 공격력이 원하는 수준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청용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터라 벤투의 선택이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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