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만(55) 감독은 대화를 좋아한다. 선수들에게 허물없이 다가가 진심을 나누는 ‘소통’ 리더십의 소유자다. 유일한 어려움이 있다면 언어의 차이다. 이때 힐만 감독의 통역을 맡는 김민(36) 매니저가 선수들의 마음까지 닿는 다리를 놓아준다.
올해로 통역 업무 3년차인 김 매니저는 힐만 감독의 한국 생활 전반에 있어 오른팔과도 같다. 올 시즌 내내 다이어트로 철저한 몸 관리를 하는 힐만 감독의 곁에서 식단 조절도 함께할 만큼 걸음을 맞춘다. 그의 눈을 통해 본 힐만 감독은 SK 선수단의 ‘아버지’다.
30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PO) 3차전이 열린 고척에서 만난 김 매니저의 말이다. “푸근하고, 주변 사람들을 잘 보살핀다. 매일 열리는 코칭스태프 미팅 때도 항상 직접 커피를 내려준다. 늘 세심하고 정성껏 제 마음을 담아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려는 분이다.”
“괜찮아”, “문제없어” 등의 한국어도 곧잘 사용하는 힐만 감독은 평소 선수들과 일대일 만남을 자주 갖는다. 김 매니저의 도움이 꼭 필요한 순간이다. 힐만 감독과 선수 개개인이 말하고자 하는 속뜻을 고스란히 전해줘야 대화의 주체인 둘의 마음이 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올 시즌 SK가 호성적을 낸 남모를 비결이기도 하다.
“감독님과 선수들이 개인의 삶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선수들이 마음에 담아뒀던 이야기들을 털어놓다보니 감독님도 선수들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자신의 인생 경험도 직접 이야기 해준다. 결과가 말해주는 것이지만, 지난 2년간 쌓아온 긴밀한 관계가 경기장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과 일본 리그를 두루 경험한 힐만 감독은 빈틈이 없는 지도자다. 김 매니저는 “빈틈이 어딘가 있을 것 같은데, 아직 찾지를 못했다”고 웃으며 “사소한 것 하나까지 정말 꼼꼼한 사람”이라고 했다.
김 매니저 스스로도 배움과 성장을 늦추지 않는다. 퇴근 후에도 유튜브를 통해 공부를 한다. 야구, 농구 중계를 보며 해설자가 사용하는 새로운 용어와 특별한 사건 등의 국제 동향을 살피는 식이다. 그는 “스포츠 언어도 해마다 바뀐다. 스포츠가 발전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며 “평소 공부를 해두면 감독, 코치님의 곁을 지킬 때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매일매일이 전투였다”고 한 시즌을 되뇌는 김 매니저에게 SK는 ‘보석’이다. 항상 아끼면서 귀중하게 지내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SK와 지낸 3년간 팀은 성장을 거듭해왔고, 구성원들 사이에서 자신도 한 단계 올라섰다. “혼자가 아닌 팀 전체가 하나의 목표를 두고 큰 성취를 이루는 것은 정말 무엇과도 비교 안 될 기분일 것”이라는 그는 ‘하나’가 될 SK를 위해 힐만의 메시지를 실은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