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7일. 당시 KIA 타이거즈 소속이던 이성우(37·SK 와이번스)는 함평 2군구장으로 가는 길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SK로 트레이드됐다.” 2005년 육성선수로 입단했던 친정팀으로의 복귀였다.
이성우는 지난해 KIA의 스프링캠프(일본 오키나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캠프 명단에 들지 못했을 때 어느 정도 마음을 접었다. 그만 해야겠다 싶었다. 아내와도 그렇게 얘기를 했고, 제2의 인생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 트레이드 통보가 이성우의 인생을 바꿀 것이라곤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가을잔치에서 처음 그라운드를 밟은 게 SK 이적 첫해인 2017시즌이었고, 올해 정규시즌에는 단 한 번도 2군에 내려가지 않고 데뷔 후 가장 많은 88경기에 나섰다. 37세의 이성우에게 ‘내일’이 생긴 것이다.
4대4 트레이드 당시 핵심은 이성우가 아니었다. 주전급이었던 노수광과 이홍구에게 많은 시선이 쏠렸다. 이성우도 이를 인정한다. 지난해 이홍구의 손가락 부상으로 부랴부랴 1군 무대를 밟았을 때도 ‘2~3주 후에 다시 내려갈 것이다. 수비에서 어느 정도만 힘을 보태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트레이 힐만 SK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이성우는 블로킹과 송구 능력이 아주 좋은 포수다. 나는 포수의 수비력에 더 중점을 둔다. 기회를 많이 줄 것”이라고 믿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성우의 야구인생이 달라진 시점이다. 그는 “SK는 벼랑에 몰린 내게 손을 내민 팀”이라고 했다.
SK 힐만 감독. 스포츠동아DB
힐만 감독은 2018시즌을 끝으로 SK를 떠난다. 선수들에게는 일찌감치 이 소식을 전했다. 이때 이성우는 누구보다 슬퍼했다. 평소에도 “힐만 감독님은 내 은인”이라고 했던 터다. “내가 지금도 야구를 하고 있는 것은 힐만 감독님 덕분이다. 감독님께서 선수들에게 떠난다는 소식을 먼저 알렸는데, 눈물만 안 흘렸을 뿐 정말 슬펐다. 동료들이 다 있어서 억지로 눈물을 참았다. 내가 감독님을 잊으면 진짜 나쁜 놈이다.”
그야말로 가늘고 길게 선수생활을 했다. 빼어나진 않지만,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프로 무대에서 버틴 이성우다. 올해 정규시즌에도 0.321(29시도 9저지)의 도루저지율을 기록했다. 그는 “아프지 않았던 것”을 첫 번째 비결로 꼽는다.
“아팠다면 벌써 그만뒀을 것이다. 선수들도 우스갯소리로 ‘형은 다른 포지션이었으면 잘리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한다. 순발력도 자신 있다. 항상 테스트를 한다. 블로킹과 송구도 문제없다. 내 자신에게 ‘그래도 잘했다’고 말한다. 큰 부상이 없었기에 롱런할 수 있었다. 데뷔 후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는 한국시리즈에서 우승반지를 끼는 게 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