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목소리가 남달랐습니다. 오랜만에 통화가 된 프로야구 한화 김태균(36)이 그랬습니다.
올 시즌 김태균은 자신의 부상 때문에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음을 자책했습니다. 그가 중심타선에서 조금만 더 제 역할을 해줬다면 한화는 정규시즌 3위를 넘어 더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거죠.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내 탓” “후배들에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연이은 부상으로 심신이 지치기도 했지만 결국엔 자신의 실력이 부족했다는 거죠. 그러면서 “내년 시즌은 다를 것”이라고 했습니다. 팀에 힘이 되는 성적을 내겠다는 각오였죠.
김태균은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 4번타자로 준우승을 이끈 주역이었습니다. 이듬해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에 입단해 4번타자로 맹활약했죠. 그러나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부상이 겹치면서 시즌 도중 스스로 팀에서 물러났습니다.
당시 그는 기자와 만나 이렇게 털어놓았습니다. “지진 이후 여진이 계속되면서 몸 컨디션이 최악이었어요. 무엇보다 나 자신이 팀 내 고액연봉자(연봉 1억5000만 엔·약 16억 원)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음을 참을 수 없었죠. 중도 퇴진한 건 잘못됐지만 나와 팀 모두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그리고 2012년 고향 팀 한화로 돌아와 부활했습니다. 타율 0.363에 151안타, 16홈런, 80타점을 기록했죠. 그렇게 매 시즌 3할, 100안타 이상이 기본이었던 김태균이지만 올해는 부상의 여파로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2001년 프로에 데뷔한 뒤 처음이었죠. 김태균이 “내년엔 무조건 잘한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 했습니다.
김태균은 말수가 적은 편입니다. 웬만해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이른바 ‘상남자’ 스타일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남 탓하지 않죠. ‘내가 모범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큰 몸집과는 달리 그의 마음씀씀이는 세심합니다. 나보다 후배를 챙깁니다. 때로는 호랑이처럼 엄하면서도 힘들어할 때는 친형처럼 어깨를 다독이는 존재죠. 아내와 딸 사랑도 남다릅니다. 혹여 가족이 악플 등에 상처 받을까 말을 아낍니다.
이제 김태균은 신인의 심정으로 다시 방망이를 잡겠다고 했습니다. 내년에 팀의 중심타자로, 실력으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보이겠다는 거죠. “꼭 지켜봐 달라”는 그의 목소리가 듬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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