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 순간 SK 우익수 한동민도 홈런을 직감한 듯 서서 바라봤을 정도였다. 빨랫줄 같은 타구는 잠실구장 오른쪽 외야석 상단에 꽂혔다. 4회말 두산 최주환이 쏘아올린 벼락같은 홈런포였다.
전날 3타수 2안타 3타점 맹활약에도 팀 패배(3-7)로 고개를 숙인 최주환은 5일 2차전에서 전날 이상의 활약(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팀 승리(7-3)를 이끈 뒤 활짝 웃었다. 이날 홈런은 2006년 프로 데뷔 후 그가 한국시리즈에서 기록한 ‘1호’ 홈런이었다.
최주환이 올 시즌 외국인 타자 못지않은 활약을 하기까지 남모를 노력이 있었다. 내야수로 프로에 발을 디뎠지만 김동주, 오재원 등 국가대표 스타가 즐비한 두산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았다. 2루뿐 아니라 코너(1, 3루) 수비가 가능한 ‘멀티’로 팀의 빈 곳을 메우며 때를 기다렸다. 지난해 데뷔 11년 만에 주전으로 발돋움한 뒤 데뷔 첫 3할 타율(0.301)을 기록했지만 시즌 직후 서울 송파구의 한 헬스장을 찾아가 타구에 힘을 실어줄 등 근육을 집중적으로 키웠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통산 홈런 22개에 불과했던 최주환은 올 시즌 26개의 홈런을 때렸다. 그리 크지 않은 몸집으로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을 안방으로 쓰며 한 시즌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것. 타격도 정교해진 데다(타율 0.333) 데뷔 첫 세 자릿수 타점(108개)도 기록하며 4번 타자 김재환(44홈런, 133타점) 못지않은 해결사로 거듭났다.
일찌감치 정규시즌 1위를 확정 지은 두산이 한국시리즈까지 한 달 가까운 휴식기를 가진 것도 최주환에게 호재였다.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었지만 7월부터 과도한 운동에 따른 탈장으로 복부에 통증이 생겨 제 실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만난 최주환은 한층 밝아진 모습으로 “쉬면서 많이 호전됐다.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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