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이 없고 팬이 없고 시간도 없는 벤투호의 첫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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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6일 15시 51분


손흥민-기성용 제외·첫 원정·1-2차전 간격 좁은 11월 A매치

이번 11월 A매치에는 손흥민(왼쪽)과 기성용이 모두 빠진다. © News1
이번 11월 A매치에는 손흥민(왼쪽)과 기성용이 모두 빠진다. © News1
돛을 올린 후 순조롭게 앞으로 나아가던 벤투호가 처음으로 난코스를 마주한 느낌이다. 지난 9월, 10월 A매치 때와는 다른 점들이 적잖다. 이 변화에도 동요하지 않고 무사히 항해를 마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오는 17일 호주, 20일 우즈베키스탄과 두 차례 평가전을 갖는다. 경기가 열리는 장소는 모두 호주다.

내년 1월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본선을 앞두고 갖는 마지막 평가전 기회다. 알차게 써야한다. 새 감독 부임 후 지금껏 4차례의 평가전에서 2승2무(코스타리카 2-0, 칠레 0-0, 우루과이 2-1, 파나마 2-2)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는 대표팀으로서는 상승세를 이어가야하는 경기이기도 하다.

앞선 두 차례 일정과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구성이다. 대표팀의 중심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인물들이 여럿 빠진다. 일단 공수의 핵 손흥민과 장현수가 제외됐다.

대한축구협회와 토트넘은 지난여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손흥민이 참가하는 조건으로 11월 A매치 그리고 아시안컵 조별리그 1, 2차전까지는 대표팀에 차출하지 않는다는 조율을 마쳤다. 벤투 감독도 본선까지 손흥민을 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장현수는 돌발변수였다.

병역특례 봉사활동 내역에 대한 서류를 조작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장현수는 지난 1일 대한축구협회 공정위원회에서 국가대표 선발자격을 영구박탈 당했다. 벤투 감독은 “문화와 환경이 같을 수 없기에 결정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이제 대안을 찾아야한다”고 담담하게 받아들였으나 사실 전부 이해가 될 일은 아니다.

두 축이 빠진 것도 모자라 전술적 구심점 기성용도 배제했다. 벤투 감독은 “기성용과 대화를 통해 조율을 마쳤다”면서 “배려 차원”이라고 했다. 체력적인 것도 고려했고 뉴캐슬에서의 어려운 주전경쟁을 돕기 위한 의도로도 풀이 된다.

요컨대 공격-허리-수비의 중추들이 모조리 빠진다. 벤투 감독은 “선수단 구성에 변화가 많은데, 지금까지 우리가 유지해온 플레이 스타일에 얼마나 적응하고 또 완성도를 갖출 수 있는지 보고 싶다. 선수들이 달라져도 우리의 축구 철학과 스타일은 유지되어야 한다”는 말로 이번 여정의 중요 포인트를 설명한 바 있다.

첫 원정경기라는 것도 중요한 차이점이다. 벤투 감독 그리고 벤투호에 탑승했던 선수들은 전례 없는 팬들의 큰 호응을 등에 업고 지난 4경기를 소화했다. 그 4번의 A매치는 모두 매진됐고 훈련장까지도 콘서트장 분위기가 연출됐을 정도로 팬들의 성원이 뜨거웠다. 그리고 붉은 물결이 넘실거리는 경기장에서 선수들은 ‘기’를 받아 잘 뛰었다. 하지만 원정길에서는 그런 팬들을 기대할 수 없다.

대부분의 팀들이 어웨이보다는 홈에서 더 강하지만, 한국은 원정에서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여 왔다는 것에 주목해야한다. 특히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때는 5번의 원정에서 2무3패,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적진에서 승리하지 못한 채 본선 무대를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벤투 감독도 이 차이가 크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임해야할 일정이다. 벤투 감독은 “부임 후 첫 원정경기다. 우리 팀이 분위기와 환경이 달라지는 원정에서 어떤 모습일지 보고 싶다”는 말로 ‘팬이 없을 때’의 대표팀을 지켜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마지막 차이는 ‘시간 부족’이다. 원정길의 어려움과 맞물리는 대목이다.

아무래도 홈에서 하는 것보다는 여유가 없다. 시차를 비롯해 기후, 환경 등 적응할 것이 많다. 게다 2연정 일정이 여느 때보다 빠르게 물려 돌아간다는 것도 중요한 차이다. 한국에서 열린 A매치가 나흘 사이에 진행된 것과 달리 이번은 17일과 20일, 사흘 내 열린다.

벤투 감독은 “첫 번째 경기와 두 번째 경기 사이의 기간이 짧다. 지금까지는 약 96시간이 주어졌다면 이번에는 72시간으로 줄어든다”면서 “더 짧아진 휴식기 사이에서 선수들이 어떤 모습을 보이고, 우리는 팀을 어떻게 운영할 수 있을 것인지 확인해야한다”고 짚었다. 벤투호의 1차 평가무대 될 아시안컵은 모든 것이 ‘집밖’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고려할 때 중요하게 체크해야할 변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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