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철한 현실인식, 최용수는 ‘사람이 할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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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6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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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사령탑으로 돌아온 최용수. 그는 지금 ‘낮은 자세로의 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 News1
FC서울 사령탑으로 돌아온 최용수. 그는 지금 ‘낮은 자세로의 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 News1
2018 K리그1은 막바지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여느 때라면 그룹A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올해는 ‘윗물’이 밋밋한 리그가 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플릿 라운드에 들어가기도 전에 전북현대가 챔피언에 등극했고 다음 시즌 ACL 진출권도 사실상 경남FC와 울산현대의 몫으로 배분을 마쳤다. 경남과 울산의 2위 싸움, 울산이 FA컵 우승을 차지했을 때 4위에게 어부지리 티켓이 돌아갈 것인지 등 소소한 관전포인트가 있으나 대세와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예년이라면 쓸쓸히 ‘그들만의 리그’를 치르던 그룹B에 적잖은 관심이 향하고 있다. 소위 ‘역대급 강등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이유가 가장 크다. 그리고 그 안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름, FC서울이 속해 있어 신기한 시선이 향하고 있다.

2018년, FC서울은 ‘흑역사’라 칭해도 무방할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다. 초반부터 흔들렸고 그 갈지 자 걸음은 후반부까지도 멈춰지지 않았다. 여름이 지나면 나을 것이다, 가을이 되면 달라질 것이다 했으나 서울 팬들의 기대와 달랐고 감독을 바꾸는(황선홍→이을용) 홍역을 앓고서도 건강한 몸을 되찾지 못했다.

급기야 구단 역사상 최초의 하위 스플릿행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그 아픔 속에서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던 구단은 결국 ‘독수리’에게 SOS를 던졌다. 최용수 감독이 다시 부임하게 된 배경이다. 3무6패. 무려 9경기 동안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등 서울이 전혀 서울답지 않은 상황에서 최용수 감독의 심폐소생술이 시작됐다.

무승 고리는 아직까지 끊어지지 않고 있다. FC서울은 최용수 감독의 복귀전이던 지난달 20일 제주 원정에서 0-1로 패했고 스플릿 라운드 첫 경기였던 10월27일 강원전에서 1-1로 비겼고 지난 4일 대구 원정도 1-1로 끝났다. 결과적으로 서울의 무승은 12경기(5무7패)로 늘었다. 하지만 ‘내용’은 달라졌다는 게 중론이다.

선수들 어깨가 축 늘어진 상태에서 발 떼는 것조차 버겁던 서울 선수들이었는데, 홈에서 열린 강원전을 기점으로 능동적으로 변했다. 이전까지 공격하는 게 두렵던 이들이 적극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갔고 그 과정에서 강원전도 대구전도 선제골을 넣는 것에 성공했다.

비록 경기 막판 실점과 함께 무승부로 끝났고, 때문에 일부 팬들은 “여전히 승리가 없다” “최용수 감독 부임 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고 분노를 표하고 있으나 지금 FC서울에게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현실 자각’과 ‘생존’이다. 최용수 감독도 같은 생각이다.

최용수 감독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다”고 했다. 스포츠계에서 종종 사용하는 ‘감독은 신이 아니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면서 동시에 가장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지금은 승리보다 중요한 게 생존”이라면서 “아직까지 수비적인 면에서는 아쉬운 모습이 있고, 승리한 기억이 워낙 오래돼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쫓기는 것은 있다. 그러나 바닥을 쳤던 자신감이 달라졌고 무기력했던 선수들이 ‘공격 앞으로’를 외치고 있다. 지금 서울은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고 다부진 목소리를 냈다.

독수리처럼 매서우나 그 속에 여우의 꾀를 지닌 지도자다. 최용수 감독은 “토너먼트 대회 같은 상황이라 생각하고 있다. 멋지게 이기는 것? 지금 FC서울에게는 가당치 않은 일이다. 내년에 확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불필요한 청사진이다. 우리는 우리의 현실을 봐야한다”면서 “승리가 필요한 게 아니라 승점이 중요하다. 우리는 생존해야한다”면서 낮은 자세로 도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어쩌면 지금 서울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도 사람의 노력이다. ‘우리가 FC서울인데 언젠가는 제 모습을 찾겠지’ 안일했다가 여기까지 떨어졌다. 최용수 감독의 차가운 접근은 그래서 현명하다. “전승으로 명예회복하겠다”고 외치는 것보다 “승점이 목마르다” 외치는 게 지금 FC서울에게는 맞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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