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으나 머리로는 수긍하지 못했을 것이다. 외국인이다.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소위 ‘장현수 사태’를 처리하는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은 단호했다. 병역특례 봉사활동 내역에 대한 서류를 조작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장현수는 지난 1일 대한축구협회 공정위원회에서 ‘국가대표 선발자격 영구박탈’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당시 한 축구협회 인사는 “내부적으로도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도 영구 제명은 생각지 못했던 징계수위”라고 말한 뒤 “아무래도 사회적 분위기를 많이 반영한 것 아니겠는가. 야구의 오지환 등으로 군 문제에 대한 여론이 차갑게 식은 상황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을 시의 후폭풍이 걱정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야말로 결자해지였고, 일벌백계 차원이었다. 앞으로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시 이번 결정이 선례가 되기에 부담이 없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퇴를 내린 것은 보는 눈을 많이 의식한 것”이라는 견해를 전했다.
실제로 대다수 축구 팬들을 축구협회의 단칼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나라를 대표한다는 자가 가장 민감한 사안인 군문제를, 그것도 이미 특혜를 받은 것을 속였으니 마땅한 결정이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외국인’이라면 다를 수 있다. 특히 팀을 이끄는 벤투 감독은 머리에서 계속 물음표가 떠다니고 있다.
일단 ‘존중’했다. 벤투 감독은 지난 5일 11월 소집명단을 발표하던 자리에서 “장현수 문제는, 외국에서 생활하는 사람으로서 존중하고 이해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문화와 환경에서 사고가 같을 수는 없기에 충분히 적응하고 존중해야한다. 이번 결정을 인정하고 이제 대안을 찾아야한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구구절절 설명 없이 수긍했다. 하지만 한 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해는 못하고 있다. 벤투 감독은 ‘(봉사활동을)이행하지 않았으면 나중에 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반응이었다”고 귀띔했다.
한 대표팀 관계자는 “벤투 감독의 장현수에 대한 신뢰는 밖에서 생각하는 것 이상이었다. 벤투 감독 스타일이, 자신이 핵심선수라 판단한 이들에게는 강한 믿음을 보낸다. 대우도 다르다”면서 “장현수는 손흥민이나 기성용급 신뢰를 보이고 있었다. 적어도 수비전술은 장현수를 중심으로 짜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 아니다”고 전했다.
실제로 벤투 감독은 회견장에서 “대안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그 선수에게 장현수와 똑같은 플레이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표현을 썼다. 개개인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장현수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는 접근도 가능한 발언이었다.
관계자는 “벤투 감독이 내년 1월 아시안컵을 상당히 중요하게 보고 있다. 결과에 크게 반응하는 한국 정서를 파악하고 있기에, 이 대회에서는 꼭 성적을 내야한다고 보고 있다”며 “결국 대회에서는 수비가 가장 중요하고, 그래서 벤투 감독도 후방 안정화를 가장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 중심 퍼즐인 장현수가 빠졌으니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나 계산이 복잡해진 벤투 감독이다. 11월 원정 A매치 2연전의 가장 주요한 체크포인트는 장현수가 빠진 후방이 어떤 경쟁력을 보일 것인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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