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단 아산무궁화, 먼저 포기할 순 없는 축구계

  • 뉴스1
  • 입력 2018년 11월 7일 16시 42분


프로축구연맹이 아산 무궁화에 대한 승격여부를 오는 19일 결정하기로 했다. 그때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News1
프로축구연맹이 아산 무궁화에 대한 승격여부를 오는 19일 결정하기로 했다. 그때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News1
최근 축구계 안팎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아산 무궁화의 현재 운명은, 안타깝게도 산소 호흡기를 달고 있는 것과 같은 형국이다. 냉정하게 따졌을 때 내년에도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축구계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5일 2018년도 제6차 이사회를 열고 올 시즌 K리그2 우승을 차지한 아산무궁화의 2019시즌 K리그1 승격 자격 등 안건을 심의, 의결했다. 결과부터 간단하게 말하면, 오는 19일로 최종결정을 유보한다는 방침이다.

아산무궁화는 현재 바람 앞에 등불 같은 처지다. 지난 9월 경찰청이 갑작스레 올해 하반기 인원 충원 계획이 없다고 발표하면서 아산은 존폐위기에 놓였다. 만약 경찰청의 발표가 강행돼 선수 충원 없이 내년 초 전역자가 발생하면 14명의 선수만 팀에 남게 되고 그렇다면 ‘클럽별 등록선수 수는 최소 20명’이라는 K리그 선수규정 제4조 제1항에 위배돼 리그 참가가 불가능해진다.

주세종, 이명주, 고무열, 안현범 등 대표급 자원들은 길을 잃은 미아가 된다. 그래도 이들은 낫다. 경찰축구단 입대를 생각하고 있던 대기자들은 그야말로 ‘인생의 스케줄’이 꼬이는 청천벽력과 다름없다.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아산은 선수단 전체가 똘똘 뭉쳐 경기에 집중했고 결국 K리그2 챔피언에 등극했다. 아산은 지난달 27일 서울 이랜드와의 원정경기에서 4-0으로 완승을 거두며 19승9무6패 승점 66점으로 남은 경기결과에 상관없이 조기우승을 확정했다. 하지만 당연히 우승을 차지하고도 환하게 웃지 못했다.

경찰청이 다시 선수를 충원하겠다고 방향을 선회한다면 아산은 올 시즌 K리그2 우승팀 자격으로 내년 K리그1으로 승격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것처럼 인원 수급을 중지한다는 결정이 번복되지 않으면 리그 참가는 어려울 전망이다. 1부 승격 자격도 차순위 팀으로 넘어간다.

지난 이사회는 그 아산무궁화의 승격여부에 대해 판단하는 자리였다. 포스트시즌 진행을 위해서는 아프게 결정해야할 일이기도 하다. 이사회는 “11월19일까지 경찰청이 아산무궁화에 의경 신분 선수의 충원을 지속하기로 결정할 경우에 한하여 아산무궁화에 승격 자격을 부여한다. 하지만 11월 19일까지 이와 같은 조치가 없을 경우에는 2위를 확정한 성남에 승격 자격을 부여한다”고 결정했다.

겉으로 봤을 때는 딱 부러지지 못하게 시간을 끈 모양새다. 일각에서 “별다른 대안 없이 또 미루기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플레이오프를 준비해야하는 다른 팀들은 적잖은 손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프로연맹은 “아산무궁화가 K리그2 우승을 통해 승격 자격을 취득한 만큼 아산무궁화의 정상화 가능성을 최대한 열어두기로 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관련해 한 연맹 관계자는 “우리라고 고민이 왜 없었겠나. 하지만 여지가 남아 있는데 우리 손으로 호흡기를 떼버리는 게 과연 맞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아산 선수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축구계 전체의 아픔이라는 인식으로 접근했으면 싶다”고 호소했다.

이어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는 일부 구단들이 볼멘소리를 한다는데, 오히려 기가 막힐 일이다. 예정대로 준비하면 된다. 만약 아산의 자격이 박탈된다면 차순위 팀들은 한 단계씩 전진하는 혜택을 받는 것일 뿐이다. 준비 안 해도 될 것을 괜히 준비했다고 짜증내는 것을 얼마나 후하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라고 항변했다.

한 축구인은 “축구계의 힘이 부족해 경찰청의 결정이 잘 바뀌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만약 번복되지 않더라도 향후 축구계, 나아가 체육계에 이러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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