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을 향한 최대 분수령으로 꼽힌 3차전을 앞두고 두산 더그아웃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경기 시작까지 1시간가량 남겨두고 비보가 날아들었다. 간판타자 김재환이 타격 훈련 중 옆구리 통증으로 선발에서 제외된 것. 자기공명영상(MRI) 촬영까지 했지만 정확한 판독이 어려워 8일 정밀 검진을 앞뒀다. 4차전 출전까지 불투명해졌다. 두산은 급히 최주환을 4번 타자로 올리고 정진호에게 좌익수 수비를 맡겼다.
1, 2차전에서 8타수 4안타(타율 0.500)로 활약하던 김재환의 공백은 치명적이었다. 정규 시즌 136경기에 4번으로 나섰던 김재환이 빠지면서 두산 타선의 중량감은 급격히 떨어졌다. 잠실을 안방으로 쓰며 44홈런을 때려낸 김재환의 파괴력을 능가할 타자는 두산에 없어 보였다.
두산은 김재환 공백에 3번 타자 박건우의 장기 침묵도 부담스러웠다. 박건우는 한국시리즈 세 경기에서 12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나란히 침묵을 지키던 SK 3번 타자 최정은 이날 안타 한 개를 신고했지만 박건우는 여전히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번번이 범타로 물러났다. 6회 2루수 실책으로 출루한 것이 전부였다. 팀의 중심 타선이 흔들린 두산은 SK에 힘 한 번 제대로 못 썼다. 6회 1사 만루의 기회를 맞았지만 추가 득점에 실패하는 등 여러모로 ‘한 방’이 아쉬웠다.
경기 후 두산 김태형 감독은 “4번 타자가 빠진 것이 아무래도 영향이 있었다. 결과를 봐야겠지만 다음 경기 출전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두산은 역대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이겼을 때 모두 우승했다. 그동안 가본 적이 없는 길을 걸어야 할 두산으로서는 다시 꺼진 타선 부활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