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는 바야흐로 드래프트의 계절이다. 남자프로농구를 주관하는 KBL은 오는 26일 2018 신인선수 드래프트를 실시한다. 올해 드래프트에는 46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학교에서 4년을 보내고 프로 무대에 나서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졸업 이전에 프로무대에 나서는 ‘얼리엔트리’ 바람이 불고 있다. 부산 KT의 양홍석(21·195㎝)은 얼리엔트리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중앙대 1학년 때 프로 진출을 선언한 그는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2순위로 KT에 입단했다. 두 번째 시즌을 맞은 양홍석은 가파른 성장세를 그리면서 이미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 했다. 수원 KT 체육관에서 그를 만났다.
● 받아먹는 재미가 쏠쏠, 늘 즐거운 농구
평균 10.2점·4.6리바운드·1.0어시스트. 양홍석이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정규리그 1라운드 9경기를 뛰면서 남긴 기록이다. 경기당 24분30초만을 뛰고도 쏠쏠한 기록을 남겼다. 양홍석을 보는 이들마다 ‘농구가 늘었다’고 말한다. 하루아침에 이뤄진 성장은 아니다. 양홍석 스스로는 “사실 나는 실력이 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자신감은 ‘받아먹는 득점’에 재미를 느끼면서 점점 커졌다.
“고등학교, 대학교 때 팀에서 1옵션을 했다. 프로에서는 그럴 수 없다. 전부 다 나보다 좋은 선수들이니까. 지난 시즌 막 데뷔했을 때에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볼 없는 움직임에 대한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 지금도 더마 드로잔(NBA 샌안토니오)의 움직임과 스텝을 즐겨보는 편이다. 커트인해서 빈자리를 찾아가다보니 패스를 받아먹는 재미가 있더라. 올 시즌 초반에는 무득점 경기도 하고, 3점슛이 잘 들어가지 않아서 애를 먹었다. 그때마다 형들이 자신감 잃지 말라면서 격려를 해줬다. 다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열심히 움직이고, 리바운드하고…. 그러다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두 외국인선수도 노련해서 정말 좋은 패스를 해준다. 나는 농구를 정말 좋아한다. 요즘은 받아먹는 재미에 즐겁게 농구하고 있다.”
지난 10월 31일 오리온과의 경기에서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20점·1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스스로에게 엄청 뿌듯했다. 경기도 이겼다(91-81승). 졌으면 좋은 티도 못 내고 농구 못한다는 말을 들었을 텐데…. 팀이 이겨서 기분이 더 좋았다. 이런 게 바로 일석이조다.” 자신의 활약을 떠올리며 환하게 웃던 그는 영락없는 20대 초반 풋풋한 청년의 모습이었다.
● 농구 잘하고 싶다면 프로로!
양홍석은 1년여 만에 많은 변화를 겪었다. 1년 전 고민 끝에 프로 행을 선택했고 가능성을 인정받아 프로선수가 됐지만 갈 길이 막막했다. ‘농구를 잘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착실하게 경험을 쌓고 노력해 온 끝에 이제는 프로농구 팬들이 주목하는 선수가 됐다. 고졸 출신 송교창(22·KCC)에 이어 양홍석까지 빠른 성장을 이뤄내면서 중·고교 농구 유망주들 사이에서는 얼리엔트리를 고려하는 선수들이 부쩍 늘었다. 양홍석은 지금도 후회는 없다.
“드래프트 때만 해도 ‘내가 잘한 것일까’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동기들은 아직 대학생인데 나는 프로에서 두 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다. 동기들이 겪을 시행착오를 먼저 경험했고, 적응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대학 때는 동계훈련하면 그냥 뛰고 연습경기 하는 것이 전부인데, 프로에서는 오프시즌 때 단계별로 훈련하고 웨이트트레이닝도 근지구력, 순발력을 시즌에 맞춰나가면서 체계적으로 한다. 물론 얼리엔트리가 무조건 좋다 말할 수는 없다. 제일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다. 프로에서의 경쟁을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무조건 도전했으면 한다. 나는 스스로를 믿었다. 농구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훈련하는 과정도 힘들지만 너무 재미있다. 농구를 더 잘할 수 있지 않은가. 농구만 놓고 본다면 얼리엔트리가 좋다”
농구만 놓고 본다면? 무언가 아쉬움이 묻어있는 듯했다.
“사실 대학생활을 짧게 해서 미팅을 여태껏 못 해봤다. 형들도 나이 차이가 있다보니 소개팅 주선을 안 해 주더라. 대학생활하면서 다른 과 친구들도 사귀고 싶었는데…. 프로는 직장이다. 짜여진 시간이 훈련하고 그러다보니 대학생활을 누리지 못한 게 조금 아쉽다. 하지만 나는 농구선수니까, 농구에 전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