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허도환(34)은 친정팀 넥센 히어로즈와 플레이오프(PO)에서 특급 조커로 자기 몫을 톡톡히 해냈다. 포수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승부와 직결되는 단기전의 특성상, 주전 포수 이재원의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했다면 SK의 한국시리즈(KS) 진출은 장담할 수 없었다. 특히 ‘모 아니면 도’의 싸움인 PO 5차전에서 에이스 김광현과 호흡을 맞추며 또 하나의 경험치를 추가했다. 백업포수로 나섰던 2014시즌 KS보다 오히려 더 긴장되는 무대였지만, 흔들림 없이 임무를 완수한 것이다.
허도환은 ‘저니맨’의 이미지가 강하다. 2003년 두산 베어스에 지명된 뒤 넥센~한화 이글스~SK까지 총 4개팀의 유니폼을 입었다. 2007시즌 1경기 출장이 전부였던 두산 시절을 제외하면, 꾸준히 포수로서 존재감을 자랑한 덕분에 안방에 문제가 생겼던 팀들이 그를 찾은 것이다. 2017시즌 직후에도 2차드래프트를 통해 SK에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었다.
허도환은 올해 정규시즌 23경기에서 타율 0.273, 1홈런, 1타점의 성적을 거둔 게 전부다. 그러나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허도환을 PO 엔트리에 발탁했다. 넥센 시절(2013~2014시즌) 가을잔치에서 쌓은 경험치에 높은 점수를 줬다. 힐만 감독이 허도환과 베테랑 이성우를 유독 아낀 이유도 풍부한 경험과 수비에 강점이 있어서다.
허도환 본인도 SK에서 가을야구 엔트리에 들어간다는 생각은 못 했단다. 선수층이 워낙 두터운데다 이재원과 이성우의 입지가 확고했기 때문이다. 이번 가을잔치를 스스로 ‘반전’으로 여기는 이유다.
“가을야구는 생각조차 안 했다. 그저 기회를 주신 팀에 감사했고, 그래서 더 이기려고 했을 뿐이다. ‘내가 어떻게 하든 팀이 이기면 된다’고 편하게 마음을 먹었다. 박경완 배터리코치님과 함께 블로킹 훈련을 열심히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코치님들의 지도를 어느 정도만 따라가도 절반은 한다.”
‘감사’라는 단어를 가슴에 새기고 그라운드를 밟는다. 선수 생활의 기로에 섰을 때 자신을 받아준 팀을 잊을 수 없다. “이적이 독일지 약일지 몰랐다. 확신이 없었다. 다행히 SK의 팀 분위기도 좋고, 선수들도 잘해준다. 힘들어할 때 포수라는 포지션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코치님들께서 일부러 운동도 더 많이 시켜주시곤 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SK에 대한 감정을 이렇게 정리했다. 큰 울림이 있는 한마디였다. “SK는 내게 ‘내일’을 만들어준 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