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자골프의 전설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영욕의 반세기를 함께한 이들은 지난날을 추억하며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50년을 기약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50번째 생일잔치가 열린 12일 경기도 성남시 KPGA 빌딩에는 한 시대를 풍미한 필드 위의 스타들이 모두 자리했다. KPGA 창립을 주도했던 한장상(77) 고문을 비롯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진출의 시초로 꼽히는 최경주(48), 타고난 승부사 기질을 앞세워 통산 15승을 올렸던 최광수(58), 국내선수 아시안 투어 최다승(6승)을 보유하고 있는 강욱순(52) 등 전설들은 반세기 역사를 회고하는 KPGA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각자의 추억을 나눴다.
가장 큰 감격에 잠긴 이는 한장상 고문이었다. 팔순의 나이를 앞둔 한 고문은 “1968년 4월 당시 실세였던 김형욱 중앙정보부장 그리고 동료 11명과 함께 을지로 앞 중식당에 모여 KPGA 창립을 논의했다”고 돌아봤다. “그때가 벌써 50년 전이다. 그런데 이렇게 번듯한 곳에서 기념관을 열게 됐다. 감회가 새롭다”며 “지난 50주년을 뜻 깊게 기념하게 된 만큼 오늘 참석한 모두가 힘을 합해 새로운 50년을 열어가야 한다”고 소감을 곁들였다. 1968년 당시 한 고문을 비롯한 프로골퍼 12명은 창립준비위원회를 구성한 뒤 허정구 회장을 초대 수장으로 추대해 그해 11월 12일 KPGA의 새로운 역사를 열었다.
한국골프의 전설인 최경주 역시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최경주는 “사실 이달 초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는데 이번 행사에는 꼭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출국을 늦췄다”고 말한 뒤 바로 옆 진열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곳에는 자신의 PGA 투어 첫 우승을 장식한 2002년 컴팩클래식 홀 깃발과 8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2011년 더 플레이어스 우승 트로피가 함께 놓여있었다. 최경주는 “2002년 컴팩클래식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6년이 지났다. 세월이 참 빠르다”며 웃고는 “유리로 된 더 플레이어스 우승 트로피를 국내로 가져오면서는 얼마나 조심했는지 모른다. 혹여 깨질까 애지중지 운반한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내로라하는 전설들도 눈을 떼지 못한 기념관은 KPGA가 창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공을 들여 마련한 공간이다. 반세기 역사를 빛낸 전설들의 활약상이 담긴 소장품은 물론 각종 콘텐츠가 전시돼있다. 특히 등록문화재로 정식 등재된 KPGA 1호 프로골퍼 고(故) 연덕춘 고문의 골프 클럽도 특별 전시돼있다.
KPGA 양휘부 회장은 “1968년 11월 12일 이후 KPGA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애쓰신 회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며 “이곳은 KPGA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담겨있는 공간이다. 또한 지난 50년을 돌아보면서 더 밝을 앞날을 모색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