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한국프로야구의 정점은 SK 와이번스의 차지다.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에서 4승2패의 성적으로 창단 4번째 KS 우승컵을 품었다. 대포로 중무장한 비룡군단의 화력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곰 군단을 겨울잠에 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12일 잠실구장에선 두산과 SK의 KS 6차전이 열렸다. ‘끝내야 할 때 끝내야 한다’는 SK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두산의 만남은 강승호~최정~한동민의 홈런포를 앞세운 SK의 5-4 연장 승리로 끝이 났다. 야구의 성지라 할 수 있는 잠실구장, 그 곳을 가득 채운 2만5000명의 만원관중 앞에 우승 축포를 쏘아 올렸다.
트레이 힐만 감독의 한국생활도 이날 경기를 통해 최종 마무리됐다. 포스트시즌(PS) 전 올해를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겠다는 약속. 우승이라는 최고의 선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Q=6차전부터 우선 살펴보자. 두산은 뒤가 없는 상황에서 3차전 선발투수였던 이용찬을 내세웠다. 나름 제 몫을 했던 3차전과는 다르게 경기 초반부터 크게 흔들리며 결국 조기강판됐다. 뒤는 2년 차 투수 이영하가 맡았다.
A=이용찬의 투구는 좋았을 때의 모습과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담 증세가 있다고 들었는데, 몸에 조금 이상이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밸런스도 불안정했고, 던질 때 팔 각도 역시 평소보다 다소 떨어진 듯 보였다. 1회 큰 위기를 1실점으로 잘 넘겼으나 결국 계속되는 컨디션 난조로 교체됐다.
이영하는 2회 무사 2루 상황에 등판해 실점 없이 그 이닝을 잘 끝냈다. 1회 마운드 불안을 지우며 심적으로 흔들렸을 벤치나 선수들에게 안정감을 찾아주는 투구를 했다.
Q=반면, SK 선발투수 메릴 켈리는 5회까지 안타를 단 한개도 맞지 않으며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4회 강승호의 투런포까지 나오며 초반 분위기를 SK가 잡았다.
A=켈리는 시속 150㎞ 안팎의 힘 있는 직구와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투산 타자들을 압도했다. 5회까지는 완벽한 투구였다. 포수 이재원도 두산 타자들의 스윙 궤적을 정확히 판단해 켈리를 좋은 리드로 이끌었다.
4회 강승호의 홈런은 초구 노림수가 좋았다. 2사 1루 상황에서 풀스윙으로 게임 중반 분위기를 완전히 끌고 갈 수 있는 큰 한방을 날렸다. 선취점에 이은 추가점, SK는 경기 초반 가장 이상적인 득점 루트를 만들었다.
Q=6회 동점 허용, 8회 리드까지 내준 SK는 9회 2아웃에서 터진 최정의 극적인 솔로포로 기사회생했다. 이후 13회초에 터진 한동민의 결승 솔로포로 승기를 잡았다.
A=9회 최정은 2B-2S 상황에서 노림수를 갖기는 쉽지 않았을 것인데, 가운데 실투성 포크볼을 잘 잡아당겼다. 베테랑의 노련한 스윙이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한동민은 유희관의 높은 실투를 잘 노렸다. 결정적인 한방을 날려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유희관의 승부는 조금 의문이다. 한동민은 전 타석에서 이현승의 바깥쪽으로 빠지는 슬라이더에 배트가 헛돌았다. 왜 그 코스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Q=SK 선수들 모두 우승주역이라 할 만큼 좋은 활약을 펼쳤다. 어렵겠지만 이번 시리즈 투·타 MVP를 개인적으로 꼽자면 누구를 주겠는가.
A=숨은 주역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타자 중에서는 베테랑으로서 팀을 이끌며 리드오프 역할을 잘 해낸 김강민에게 표를 주겠다. PO부터 전 경기에 출루했다. 수비에서도 좋은 장면을 여럿 만들며 팀을 잘 이끌었다.
투수 중에서는 단연 불펜 자원 김태훈이다. 6차전에서 실점했지만 이전까지 0.00의 평균자책점으로 정말 좋은 투구를 했다. 어려운 상황에 올라와 위기를 막고, 멀티 이닝도 소화하며 그야말로 불펜 핵심 역할을 했다.
Q=두산이 정규시즌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고도 준우승에 그쳤다. 반면, SK는 플레이오프(PO) 혈전을 치르고도 KS에서 대어 두산을 잡았다.
A=두산은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전부터 2위 팀과 10게임차 이상이 났다. 시즌 후반 여유 있는 상황에서 게임을 해온 것이다. 반대로 SK는 시즌 마지막까지 순위권 다툼으로 계속되는 긴장감 속에서 게임을 했다. 두 팀의 이런 분위기가 시리즈 흐름으로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SK는 PO때도 넥센 히어로즈와 높은 긴장감 속에서 경기를 했다.
두산은 시즌 팀 타율이 0.308로 역대 팀 타율 기록을 경신했다. 장점은 타선의 연결성이었는데, 이번 시리즈에서는 그 장점이 충분히 발휘되지 않았다.
Q=6차전까지 가는 대 혈전이었다. 시리즈를 지켜본 총평을 하자면.
A=두산과 SK가 KS에 어울리는 명승부를 펼쳤다. 마지막 경기까지 손에 땀을 쥐는 승부였다. 11월의 추위 속에서 이런 경기를 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모두 고생 많았다. KS 전 경기가 매진된 것으로 안다. 마지막까지 프로야구를 사랑해주신 팬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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