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민 연장 결승포… ‘힐만 드라마’ 해피엔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SK, 두산 꺾고 4번째 KS 우승… 고참 김강민-박정권 알토란 활약
힐만 감독, 한일리그 모두 정상에… 김광현 4번째 우승반지 감격
두산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쳐

8년만의 환호 SK가 8년 만에 KBO리그 왕좌에 올랐다. SK는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연장 13회 접전 끝에 5-4로 승리하면서 통산 네 번째 챔피언반지를 차지했다. SK 선수들이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그라운드에서 함께 환호하고 있다. 뉴스1
8년만의 환호 SK가 8년 만에 KBO리그 왕좌에 올랐다. SK는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연장 13회 접전 끝에 5-4로 승리하면서 통산 네 번째 챔피언반지를 차지했다. SK 선수들이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그라운드에서 함께 환호하고 있다. 뉴스1
프로야구 SK 선수들은 11일 오후 유니폼 차림으로 SK 인천행복드림구장에 집합했다. 이날은 한국시리즈 6차전이 열리는 서울로 이동하는 날이라 경기나 훈련 일정이 잡혀 있지 않았다. 유니폼을 입을 필요도 없었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유니폼을 입은 이유는 트레이 힐만 SK 감독(55)을 위해서였다. 힐만 감독은 정규시즌 막판 투병 중인 가족을 보살피기 위해 올 시즌을 끝으로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발표했다. 선수들은 지난 2년간 때론 아버지, 때론 형님 같았던 힐만 감독에게 추억을 선물하기로 했다. SK의 안방 인천행복드림구장에서의 ‘이별 기념사진’이 그를 보내는 방식이었다. 분위기가 우울하진 않았다. 힐만 감독은 평소처럼 농담을 던졌다. 몇몇 선수는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그들의 마음은 이튿날인 12일 우승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SK는 이날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연장 13회에 터진 한동민의 역전 결승포에 힘입어 두산을 5-4로 꺾었다. 전날까지 3승 2패로 앞서던 SK는 7전 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4번째 승리를 따내며 대망의 한국시리즈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07년과 2008년, 2010년에 이어 통산 4번째 우승이다. 통산 6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했던 두산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 한일 프로야구 최초 제패


두산과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는 1승 4패 또는 2승 4패로 SK의 열세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그럴 만도 했다. 정규시즌에서 2위를 차지한 SK는 선두 두산에 무려 14.5경기 차로 뒤졌다. 상대 전적에서는 8승 8패로 동률이었지만 기본 전력 차가 커 보였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의 SK는 정규시즌과는 전혀 다른 팀이었다. 힐만 감독의 용병술이 빛났다. 힐만 감독은 정규시즌에 주로 2군에 머물던 베테랑 박정권을 엔트리에 포함시킨 뒤 중심 타선에 배치했다. 또 다른 베테랑 김강민에게는 톱타자의 중책을 맡겼다. 큰 경기일수록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김강민은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타율 0.429, 3홈런, 6타점으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때렸던 박정권은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투수 쪽에서는 정규시즌 때 주로 선발 투수로 뛰었던 외국인 선수 산체스를 중간 계투로 돌린 승부수가 주효했다. 빠른 공을 가진 산체스는 플레이오프에서 3경기 무실점으로 호투한 데 이어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승리 투수가 됐다.

SK를 우승으로 이끌면서 힐만 감독은 KBO리그와 일본프로야구 등 2개 리그에서 정상에 오른 역대 최초의 사령탑이 됐다. 힐만 감독은 2006년 니혼햄을 일본시리즈 정상으로 이끈 바 있다.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감독을 지내기도 했던 힐만 감독은 한미일 구단 지휘봉을 모두 잡은 특별한 이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 김광현의 4번째 우승반지

이번 한국시리즈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었다. SK는 정규시즌 팀 평균자책점 1위(4.67) 팀이었고, 두산은 팀 타율 1위(0.309)였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와 같은 단기전은 역시 ‘투수 놀음’이었다. SK 투수진은 거의 매 경기 두산 타선을 압도했다.

특히 왼손 투수 김태훈, 오른손 투수 정영일의 필승 계투조는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김태훈은 플레이오프에서는 무실점, 한국시리즈에서는 단 1실점을 기록했다. 정영일 역시 파워 피칭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SK 토종 에이스 김광현은 6차전 팀이 5-4로 앞선 연장 13회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었다. SK 투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는 김광현은 10일 5차전 때 3개의 우승반지를 야구장에 가져왔다. 김광현은 “2007년 조웅천 코치님이 현대 시절 반지를 들고 오신 적이 있다. 큰 동기부여가 됐다. 그래서 3개를 다 가지고 왔다”며 웃었다.

김태훈은 김광현의 우승반지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에이스님이 우승반지를 끼고 선수들에게 파이팅을 외치고 다니신다”라는 글을 올렸다. 팀 선배 김광현을 장난스럽게 에이스님이라 부르는 김태훈은 이날 “광현이 형이 ‘부럽지?’라고 묻길래 ‘만수르보다 부럽다’고 했다”며 웃었다. 그 소중한 우승반지를 김태훈도 가지게 됐다.

이헌재 uni@donga.com·조응형 기자
#한국시리즈#프로야구#sk 와이번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