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1)이 LA 다저스에 잔류한다. 다저스의 퀄리파잉 오퍼(QO·Qualifying Offer)를 받아들여 프리에이전트(FA) 재수를 택했다. 연봉 1790만 달러(약 202억5000만원)에 1년 더 다저블루 유니폼을 입는다.
MLB닷컴을 비롯한 미국 매체들은 13일(한국시간) “류현진이 올해 QO를 받은 7명 중 유일하게 이를 수용했다”고 보도했다. 2012년부터 도입된 QO를 받아들인 역대 6번째 선수다. 류현진과 달리 외야수 브라이스 하퍼(워싱턴 내셔널스), 포수 야스마니 그란달(다저스), 투수 패트릭 코빈과 외야수 AJ 폴락(이상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투수 댈러스 카이클(휴스턴 애스트로스), 투수 크레이그 킴브럴(보스턴 레드삭스)은 QO를 거부하고 FA 시장으로 나갔다.
류현진은 2012년 말 다저스와 6년간 총액 3600만달러(약 407억8000만원)에 계약했다. 계약이 만료된 올해 연봉은 783만달러(약 88억7000만원)다. QO를 거부하면 FA 신분을 얻지만, 지난 열흘간 심사숙고한 끝에 내년 시즌 후 QO 절차 없이 온전하게 FA 권리를 얻는 길을 택했다. QO는 원 소속구단이 해당 선수에게 한 번만 행사할 수 있다.
류현진이 QO를 받아들인 결정적 이유는 역시 ‘내구성’에서 찾을 수 있다. 2013년 14승8패·평균자책점(ERA) 3.00, 2014년 14승7패·ERA 3.38로 2년 연속 강력한 좌완 선발투수임을 알렸다. 그러나 2015년 투수에게는 치명적인 어깨 수술을 받은 뒤로는 올해까지 늘 ‘건강’에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2015년은 통째로 날렸고, 2016년에는 1경기 등판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구단의 부상관리 차원에서 조심스럽게 25경기에 기용됐고, 올해는 별 탈 없이 출발하는 듯했으나 허벅지 부상 탓에 5월초부터 8월초까지 장장 3개월간 쉬었다.
이처럼 지난 4년간 수술과 후유증, 크고 작은 부상을 겪은 까닭에 류현진이 QO를 받자 대다수 미국 매체들과 전문가들은 갑론을박하면서도 ‘QO 수용’을 전망했다. 2019시즌을 건강하게 마쳐 몸값을 높인 뒤 FA 시장의 평가를 받는 편이 유리하다고 분석해왔다. 내년 시즌 후에는 QO라는 달갑지 않은 절차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한층 넓어지는 것도 장점으로 부각됐다. QO를 거부하고 올 겨울 FA 시장으로 나갈 경우 류현진을 영입한 구단은 다저스에 신인지명권을 비롯한 적잖은 반대급부를 내줘야 한다.
한인들이 많고 기후가 온화한데다 지난 6년간 몸담은 팀이라는 익숙한 환경, 거기에 더해 200억원에 이르는 연봉을 고려하면 류현진은 현실과 실리를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내년이면 만 32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가 또 하나의 걸림돌로 떠오를 수 있지만, 이제 류현진의 과제는 분명하다. 올해 FA 포기를 불러온 ‘내구성’을 내년에는 확실하게 입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