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굴욕, 총재 압박…선동열 사퇴로 내몰았다

  • 뉴스1
  • 입력 2018년 11월 14일 15시 01분


선동렬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KBO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대표 감독 사퇴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8.11.14/뉴스1 © News1
선동렬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KBO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대표 감독 사퇴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8.11.14/뉴스1 © News1
국감 굴욕과 총재의 압박이 선동열 야구 대표팀 감독을 사퇴로 내몰았다.

선동열 감독이 14일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요청하는 긴급 문자를 발송한 뒤 서울 도곡동 KBO회관에서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와 면담을 갖고 사퇴를 발표했다.

지난해 7월24일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이후 약 1년4개월만에 지휘봉을 내려놓는 선동열 감독이다.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선동열 감독은 지난해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준우승, 올해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성적을 남겼다.

현역 시절 ‘국보급 투수’라 불렸던 명성과 대조되는 초라하고 쓸쓸한 퇴장이다. 대표 선수 선발을 놓고 엄청난 비난이 일었던 아시안게임이 결국 선동열 감독의 중도 사퇴라는 비극을 초래했다.

선동열 감독은 “금메달을 따기 위해 최고의 선수를 뽑는다”며 전원 프로 선수로 대표팀을 구성했고, 그 안에는 병역 미필 선수들이 일부 포함됐다. 이는 곧 대표 선수 자격 논란으로 이어져 아시안게임이 병역 면제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돼 돌아왔다.

이후 선동열 감독은 굴욕을 겪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일부 국회의원들이 선동열 감독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한 것. 선동열 감독은 현직 국가대표팀 감독으로는 최초로 국감장에 서는 불명예를 안아야 했다.

국감장에서도 굴욕은 이어졌다. 손혜원 의원은 “연봉이 얼마냐”, “근무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 등 본질과 동떨어진 질문으로 선동열 감독 망신주기에 나섰다. 이는 역풍을 일으켜 손혜원 의원을 향한 비난으로 돌아갔지만 선동열 감독의 상처난 자존심을 치유할 수는 없었다.

국가대표 감독을 보호해야 할 KBO 총재는 오히려 정치권의 논리에 맞장구를 쳤다. 정운찬 총재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TV로 야구를 시청한 것은 선동열 감독의 불찰”, “전임감독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며 선동열에게부담이 될 수 있는 말을 거리낌없이 했다.

결국 선동열 감독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선언했다. 회견장에 들어선 선동열 감독은 “저는 국가대표 야구 감독직에서 물러납니다. 사퇴를 통해 국가대표 야구선수들과 금메달의 명예를 지키고 싶습니다”라며 “조금 전 총재님을 만나 사직 의사를 전달했다”고 짧게 말한 뒤 질의응답없이 자리를 떠났다.

사후 배포한 회견문에는 그간 서운했던 선동열 감독의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회견문을 통해 선동열 감독은 “국감장에서 들은 ‘그 우승이(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지 않는다’는 말이 사퇴결심을 확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정치권 일각의 스타 선수가 명장이 되란 법 없다는 지적, 늘 명심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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