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1차전 161개, 2차전 155개, 3차전 130개, 4차전 149개, 5차전 148개, 6차전 221개. 시리즈 전체 964개. 2018 KS 6경기에서 두산 베어스는 29명의 투수를 투입했고 총 964개의 공을 던졌다. 이 공을 받은 포수는 단 한 명이다. 양의지(31)가 교체 없이 6경기 내내 안방을 지키며 두산 투수들이 던진 모든 공을 받았다. 전쟁터와도 같은 KS 승부에서 양의지는 964차례 타자와 치열한 머리싸움을 한 셈이다. SK 와이번스 타자들은 시리즈 내내 리그 최고의 포수와 싸웠다. 포수왕국으로 불리는 두산은 주전급 백업 박세혁(28)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는 단 한 차례 대타 출장이 전부였다. 시리즈 내내 마스크를 쓰지 못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1차전을 패하며 마지막까지 쉽지 않은 경기가 이어진 시리즈 내내 양의지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지난해는 달랐다. KIA 타이거즈와 KS 1차전 선발출장 포수는 양의지가 아닌 박세혁이었다. 양의지는 지명타자 역할에 전념했다. 박세혁은 5차전에도 7회 양의지와 교체돼 마스크를 썼다.
양의지는 올 시즌 종료와 함께 프리에이전트(FA) 자격 획득을 앞두고 있다. 김 감독은 양의지의 뛰어난 투수 리드와 수비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또 한번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결과는 준우승이었지만 고비 때마다 양의지 특유의 허를 찌르는 볼 배합이 빛났다. 공격에 있어서도 양의지는 20타수 9안타 타율 0.450 5타점 OPS 1.006을 기록했다.
김 감독은 양의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이런 농담을 한 적이 있다. “양의지가 감독 될 때까지 이 자리에서 버텨야 하는데….” 양의지에 대한 감독의 깊은 신뢰와 믿음이 듬뿍 담겨진 말이었다.
양의지는 ‘두산 전력의 절반’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KS 풀타임 기용은 감독 스스로 두산에 양의지가 꼭 필요한 이유를 강렬하게 표현한 메시지로도 풀이할 수 있다. ‘곰의 탈을 쓴 여우’라는 별명을 가진 김 감독은 누구보다 양의지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두산은 외부 FA보다 내부 육성에 공을 들이는 팀이다. 그동안 ‘화수분 야구’라는 큰 성과도 올렸다. 그러나 양의지를 보유함으로써 얻는 전력의 우위는 단기간에 대체가 어렵다.
이제 공은 두산 경영진의 판단, 그리고 양의지의 선택으로 넘어갔다. 내년 양의지가 어떤 유니폼을 입고 있느냐에 따라 KBO리그 전체 판도가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