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해 승리가 날아간 것은 아쉬움이 남으나 전체적인 경기 내용을 감안한다면 무승부도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원정길에 오를 때부터 주축들이 대거 빠져 온전한 전력이 아니었고, 경기 중 예상치 못한 부상자들도 발생하는 악재들이 발생한 상황에서 어렵사리 잡은 리드를 끝까지 유지 ‘결과’를 컨트롤하던 모습도 의미 있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7일 오후 호주 브리즈번의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1-1로 비겼다. 한국은 전반 22분 나온 황의조의 선제골로 잡은 리드를 종료 직전까지 유지하면서 승리를 거머쥐는 듯했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에 동점골을 내줘 아쉬운 1-1로 마무리했다.
호주전에서 한국은 손흥민과 기성용을 비롯해 황희찬, 이재성, 정우영 등 그간 대표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던 주축들 6~7명이 빠졌다. 반면 호주는 베스트라 칭해도 무방했다. 한국전 엔트리가 사실상 내년 1월 아시안컵 멤버라 불러도 큰 문제없었다. 결국 안방에서 정예로 나선 호주와 원정길을 1.5군으로 임해야하는 벤투호의 대결이었다.
예상대로 힘든 경기였다. 시종일관 경기를 주도한 쪽은 호주였다. 하지만 전반 22분 황의조가 딱 한 번의 찬스를 완벽한 골로 연결시키며 흐름을 바꿨다. 이후 잘 버텨내던 한국은 승리 직전까지 갔으나 추가시간 4분에 통한의 실점을 내주면서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아쉽지만 이런 것도 축구다.
승리는 놓쳤으나 벤투호의 무패 행진은 계속됐다. 지난 8월 한국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된 벤투 감독은 데뷔전이었던 9월7일 코스타리카와의 경기를 2-0 승리로 이끈 것을 시작으로 칠레(0-0 무) 우루과이(2-1 승) 파나마(2-2 무) 등 녹록지 않은 상대들과의 경기에서 무패가도를 달렸다. 그리고 첫 원정이던 호주전에서도 비기며 2승3무로 순항 중이다.
사실 ‘5경기’라는 범위 자체가 호들갑을 떨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게다 5연승도 아니니 아무리 새 감독과의 허니문 기간이라고 해도 화려한 업적으로 포장하기는 무리가 있다. 그래도 의미가 있는 것은, 과거 한국 축구가 주로 상대하던 아시아 국가들의 울타리를 벗어난 팀들과의 대결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이다.
북중미 코스타리카를 2-0으로 꺾고 산뜻한 출발을 보인 벤투호는 남미의 강호이자 세계적인 수준의 팀이라 칭해도 무방할 칠레, 우루과이와의 대결에서 각각 0-0, 2-1이라는 결과를 냈다. 빅리그 빅클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수두룩한 팀과 대등한 대결을 펼쳤고 그 속에서 소기의 성과를 냈다는 것은 박수가 아깝지 않다.
팬들의 만원사례 속에서, 축구계에 특별한 기운이 넘치던 때라 색안경을 쓴 시선이 전혀 없진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으로 ‘집밖’에서 치러진 호주원정의 결과가 중요했는데 고비를 잘 넘었다. 호주가 축구적으로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이나 사실상 유럽의 근접한 체형을 갖춘 이들이라 또 의미 있었다.
앞서 소개했듯 주전급 다수가 빠진 상황에서 치른 경기이고 전반전에 구자철과 황의조가 부상으로 교체되는 악재를 딛고 선전했다. 상대를 압도하지는 못했으나 어려운 상황에서 버텨내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확실히 팀에 자신감이 돌 수 있는 흐름이다.
이제 벤투호는 오는 20일 호주에서 우즈베키스탄과 6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2018년 한국축구의 마지막 A매치다. 내년 1월 아시안컵 본선 이전에 치를 수 있는 최종 모의고사이기도 하다. 벤투호의 무패행진도 이어가야한다. 여러모로 중요한 대결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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