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방향성, 강팀과의 평가전… 축구대표팀이 달라졌다

  • 뉴스1
  • 입력 2018년 11월 21일 06시 46분


벤투 감독 부임 후 6경기서 3승3무 순항

벤투 감독 부임 후 3승3무 무패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확실한 방향성을 갖고 벤투호가 순항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News1
벤투 감독 부임 후 3승3무 무패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확실한 방향성을 갖고 벤투호가 순항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News1
상대의 수준이 살짝 떨어지자 그간 담금질의 효과가 나타났다. 상대의 어설픈 압박은 어렵지 않은 노력으로 벗겨냈다. 우리의 패스 속도는 계속 빨라졌는데, 불필요하게 공을 잡아두는 과정 없이 원터치로 연결이 이어지는데 정확도와 여유로움은 배가 됐다.

선수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느낌이 역력했다. 각자 위치에서 해야 할 역할을 숙지한 덕분에 바퀴가 맞물려 돌아갔다. 확실한 지향점을 두고 체계적인 훈련을 진행한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는 모양새다. 강팀들과의 평가전이 자연스럽게 선수들의 내공을 키워 놓았다. 축구대표팀이 달라지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0일 오후(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의 퀸즐랜드 스포츠 육상센터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4-0으로 승리했다. 전반 9분 남태희의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포문을 연 한국은 황의조, 문선민, 석현준의 릴레이포가 터지면서 오랜만에 시원한 대승을 팬들에게 선물했다.

이 경기는 축구대표팀의 2018년 마지막 A매치였다. 내년 1월 UAE에서 펼쳐지는 아시안컵 최종명단 작성을 앞두고 진행되는 최종 모의고사이기도 했다. 여러모로 값진 결과가 나왔다.

이 승리로 벤투호의 무패가도는 6경기로 늘어났다. 지난 9월7일 코스타리카와의 데뷔전에서 2-0으로 승리한 대표팀은 이후 칠레전(0-0 무), 우루과이전(2-1 승), 파나마전(2-2 무), 호주전(1-1 무)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전 4-0 대승까지 3승3무 쾌조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아무래도 ‘새 감독 효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신임 사령탑, 그것도 기존의 선입견 없이 선수들을 바라볼 수 있는 외국인 지도자가 지휘봉을 잡으면서 선수들에게 강한 동기부여가 가해졌고 그것이 긍정적인 팀 에너지로 바뀌면서 좋은 내용과 결과가 펼쳐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무리다.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기간이라 아시아 국가만 상대한 것도 아니다. 6경기 중에는 칠레와 우루과이처럼 세계적인 수준의 팀도 있었다. 정예로 나선 호주 대표팀과 호주 땅에서 맞붙은 경기도 포함됐다. 마냥 정신력으로 버티기는 힘들다는 의미다. 한국축구의 수준이 수직상승했다고 말하긴 어려워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코칭스태프나 지원스태프 그리고 지도를 받는 선수들에게 벤투 감독에 대한 견해를 듣고자 하면 ‘꼼꼼하다’ ‘세밀하다’ ‘계획적이다’ 등 비슷한 단어들이 나온다. 철저하고 치밀하다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로 체계적인 지도와 운영을 추구한다는 반응이다.

이것이 선수들에게 긍정적 효과를 주고 있다. 유럽파들은 각자의 소속팀에서 봤던 것 같은, 국내파들은 그간 잘 접하지 못했던 세련된 프로그램과 지도 시스템에 높은 신뢰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 훈련이 같은 골자의 지시 아래서 이뤄지고 있어 선수들의 집중력이 높다. 벤투 감독은 코스타리카와의 첫 경기부터 우즈베키스탄전까지 한결같은 지향점을 선수들에게 강조하면서 ‘우리 축구’를 구사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2명의 수비형MF를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을 근간으로 삼는 벤투 축구는 상대가 톱클래스 우루과이여도, 손흥민이나 기성용 등 핵심 자원들이 대거 빠져도 같은 색깔을 고수하고 있다. 이럴 땐 저렇게, 여의치 않을 땐 임시방편 등 그때그때 다른 것이 아니라 ‘스타일’을 계속 유지하면서 선수들의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강팀과의 평가전이 적잖은 도움이 되고 있다. 벤투 감독 부임 후 치른 6경기 상대는 한국보다 수준이 높거나 대등한 팀들이었다. 정말로 선수들을 훈련시킬 수 있는 스파링 파트너들과 연속적으로 A매치를 치르면서 자연스럽게 선수들도 팀도 단단해졌다.

다른 팀들에 비해 전력이 떨어지는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효과가 드러났다. 근래 한국 대표팀이 이 정도로 상대를 압도한 경기는 드물다. 선수들 몸놀림은 가벼웠으나 상대에게는 묵직한 부담을 줬다. 코스타리카, 칠레, 우루과이, 호주 등과 싸우면서 생긴 힘이 축적된 듯하다.

일종의 ‘허니문 기간’이라 좋은 말이 더 많을 때이기는 하지만 굳이 억지로 비딱하게 볼 것 없는 흐름으로 가고 있는 벤투호다. 2018년의 마무리는 깔끔했다. 2019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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