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이대성(28)의 다리는 까지고 멍든 자국으로 가득했다.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무릎과 허벅지 곳곳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경기 때 루스볼 하나라도 더 따내기 위해 코트에서 몸을 사리지 않기 때문. “경기 끝나고 샤워할 때 물이 닿으면 (다친 걸) 알아요. 열심히 뛴 것 같아서 뿌듯하긴 합니다(웃음).”
이번 시즌 이대성이 공격과 수비에서 절정의 기량을 꽃피우고 있는 데는 이 같은 투혼도 작용하고 있다. 최근 4경기 평균 21득점(국내 1위)으로 활약 중인 그는 21일 오리온과의 경기에서 19득점으로 팀의 5연승을 이끌었다.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그는 매번 아쉬웠던 부분만 생각난다고 한다. “또 턴오버가 많았어요. 제가 지금 국내 선수 중에 턴오버 1위일 텐데… 3점슛도 자세가 흐트러졌어요. 슛 자세를 점프슛에서 세트슛으로 바꿨는데 아직 몸에 안 익은 것 같아요.”
이대성은 자타가 공인하는 지독한 연습벌레다. 유재학 감독을 비롯한 현대모비스 코치진이 “저러다 병나는 거 아니냐”며 걱정할 정도다. 이대성은 “습관일 뿐이다”라며 ‘혹사 논란(?)’을 단칼에 잘랐다. “나는 한계 이상으로 무리하지는 않는다. 운동을 안 하다가 갑자기 지금의 훈련량을 소화하면 무리가 오겠지만 꾸준히 페이스를 올려서 괜찮다. 오히려 훈련량이 적으면 불안하다. 사람마다 한계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야간 경기를 마치고 밤늦은 시각 숙소에 돌아왔지만 그는 다음 날 어김없이 오전 7시에 일어나 3점슛 훈련을 소화했다. “오늘은 늦잠 자서 500개밖에 못 쐈어요. 오후에 더 해야죠.”
경기가 없는 날 그는 오전 6시에 일어난다. 3점슛 300개를 림에 넣어야 아침을 먹으러 간다. 그러곤 다시 체육관으로 향해 3점슛 400∼500개를 더 쏜다. 이런 훈련 과정을 소화한 건 올여름부터다. 그는 “요즘은 농구를 사랑하게 된 것 같다. 누군가 마이클 조던에게 성공의 비결을 묻자 ‘농구를 사랑하면 된다’고 했다더라. 그동안 나는 농구와 싸우려고만 했던 것 같다. 잘하려고 하고 성공하려고 하다 보니 독기만 품게 됐다”고 말했다.
슬럼프가 찾아올 때면 책을 읽었다. 2014년 발목 부상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던 그는 군 생활 2년간 500권의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 당시 앞으로의 농구 인생에 고민이 많았다는 그는 “농구는 평생 할 수 있지만 책을 읽을 시기는 군 시절뿐이라고 생각했다”며 “전역을 앞두고 운동하는 시간이 늘면서 목표는 채우지 못했지만 소설과 자기계발서 160권 정도를 읽었다.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성공하고 또 실패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간절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는 추바치 신이치의 ‘케냐 마라톤, 왜 빠른가’를 꼽았다. “케냐 마라톤 선수들은 가볍게 몸을 풀라고 해도 전력을 다해 경쟁한대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기려 하는 순수한 승부욕이 있는 거죠.”
SK 안영준의 부상으로 뒤늦게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그는 29일과 12월 2일 열리는 2019 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 레바논, 요르단전에 나선다. 190cm, 90kg으로 외국인 선수에게 밀리지 않는 체격을 가진 이대성은 “내 장점은 활동량이다. 국가대표에서 내 역할은 수비에서 최대한 압박해서 우리 공격 기회를 늘리는 것이다. 풀 코트 프레스 등 전진 수비에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대성에게는 올해 두 가지 목표가 있다. 첫째는 슛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는 “슛 성공률이 올라가면 상대 수비가 나에게 붙을 테고 그러면 우리 팀이 할 수 있는 플레이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현대모비스의 ‘남은 경기 전승’이다. 그는 “내가 ‘전승한다’고 말한 뒤에 팀이 져서 징크스처럼 됐는데 나는 앞으로도 계속 남은 경기 전승한다고 말할 생각이다. 안 진다는 마음으로 해야 이긴다. 4패 하면 50승 4패가 목표고, 5패 하면 49승 5패가 목표다”라며 눈을 빛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