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교수·멘토같은 롯데 새 감독…신선한 취임식

  • 뉴시스
  • 입력 2018년 11월 26일 15시 54분


양상문(57) 롯데 자이언츠 감독의 취임식이 열린 26일 부산 사직구장 4층 대강당.취임사를 할 차례가 되자 양 감독은 “어떻게 팀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이야기하기 전에 잠시 영상을 보여주겠다”며 영상물 하나를 띄웠다.

설산에 어미 곰과 아기 곰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다.

아기 곰은 어미 곰을 따라가려고 하지만, 힘겨워하는 모습이다. 설산 꼭대기에 먼저 오른 어미 곰은 계속 미끄러지는 아기 곰을 보면서도 도움을 주지 않고 지켜만 봤다. 아기 곰은 포기하지 않고 끝내 설산 꼭대기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상영이 끝나자 양 감독은 “우리에게 그렇게 멀지 않게 느껴지는 설산이지만, 아기 곰에게는 많은 생각이 드는 길이었을 것이다. 어미 곰이 간 길을 따라 올라가기도 하고, 알 수 없는 각도로 오르기도 한다.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결국 어미 곰에게 올라갔다”고 정리했다. “나도 언덕 위 어미 곰처럼 지켜보겠다. 정상에 먼저 올라오는 27명의 선수로 내년 시즌을 치르겠다”며 “나쁜 짓은 하면 안 되지만, 어떤 방법이든 좋으니 노력하고 준비하며 투쟁심을 가져라. 27명의 아기 곰이 될 수 있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양 감독은 “27명에 들지 못하는 곰이 되더라도 올라오려고 노력하라”며 “27명에 든 선수라도 우리 팀이 지켜야 할 룰에서 벗어나면 같은 길을 갈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 하루라도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고 주문했다.

설산을 오르는 곰 영상은 결국 팀 내 경쟁을 강조하기 위해 양 감독이 지루한 취임사 대신 꺼내든 것이었다. 이름값을 염두에 두지 않고 오로지 경쟁을 통해 옥석을 골라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양 감독은 취임식 후 기자회견장에서 “취임식, 강의 때 말을 많이 하면 기억이 잘 나지 않더라. 그래서 영상을 틀었다”며 “롯데의 목표를 만들기 위해 가장 실력이 좋은 선수가 경기를 뛰어야 한다. 실력 좋은 선수가 경기에 나가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라고 설명했다.독특한 취임식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영상으로 취임사를 대신한 양 감독은 전임 주장인 이대호와 신임 주장으로 선택한 손아섭을 단상으로 불러낸 후 손을 맞잡았다. 그러더니 선수단에게도 “모두 손을 잡으라”고 했다.

선수단이 다소 웅성거리며 손을 잡자 양 감독은 “손을 잡은 것은 한 마음이 됐다는 것이다. 하나의 길을 한 마음으로 가기 위해 손을 맞잡은 것”이라며 단합을 강조했다.

【부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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