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축구 내셔널리그에서 K리그2 무대로 진입한지 3년째를 맞은 2015년, 수원FC는 정말 엄청난 기적을 연출했다. 정규리그를 3위로 마칠 때만 해도 ‘설마’의 시선이 주를 이뤘지만 생각을 바꾸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준PO에서 서울 이랜드를, PO에서 대구FC를 제압하며 흐름을 탄 수원FC는 부산 아이파크와의 승강PO 1·2차전마저 싹쓸이해 꿈의 K리그1에 승격했다. 이듬해 승격하자마자 다시 K리그2로 내려앉는 아픔을 겪었으나 조덕제 감독과 함께 한 수원FC의 위대한 여정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승격한 2015년을 되돌아본다면.
“솔직히 말해 우리가 승격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에 대한 대비도, 아무 준비도 못한 상태였다. 구단도 그랬고, (수원) 시에서도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역설적으로 그것이 우리에게는 큰 이득으로 작용했다. 부담이 없어 잃어버릴 것도 없었다. 낮은 몸값의 실업 출신 선수들이 엄청난 스토리를 써내려갔다.”
-PO 여정을 앞두고 어떤 메시지를 선수단에 전했는지.
“솔직히 냉혹한 승부의 세계가 마냥 재미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부담 없이 즐기자’가 핵심이었다. 수원FC가 아마추어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성장한 팀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놀랍게도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자신의 잠재력과 실력을 끄집어냈다. 마음껏 춤추는 것이 보였다.”
-수원FC의 브랜드가 ‘막공(막을 수 없는 공격) 축구’였다.
“유일하게 확인하고 싶은 부분이 우리의 잠재력이었다. 그냥 잠궈버리고 버티면서 90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억지로 결과를 내기보다는 먼저 부딪히고 밀어붙이고 싸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데 상대가 더 당황스러워 했다. 대구도, 부산도 무섭지 않았다. 몸값이 낮은 선수들이 아주 잘 뛰어줬다. 원정에서는 더욱 몸을 움츠리기 마련인데, ‘원정 다득점’ 원칙을 먼저 떠올리며 경기를 풀어갔다.”
-승격을 확신했나.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자신감은 있었다. K리그2 준PO와 PO보다 승격PO가 더욱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면서 자신감을 쌓았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은 결국 선수들이다. 감독과 코치들은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돕고, 마음껏 뛸 수 있는 환경을 열어주는 데 주력해야 한다.”
-높은 곳까지 올랐다는 생각, 겁나지는 않았나.
“무섭지 않았고 두렵지도 않았다. 그래도 꽤 오랜 시간 지도자로 활동했으니까. 지금 돌이켜봐도 딱히 마음이 무겁거나 머리가 아픈 기억은 없었다.” -징크스는 없었나.
“정말 날이 추웠다. 그런데 두터운 점퍼나 패딩을 입지 못했다. 포스트시즌 내내 조끼처럼 보이는 얇은 파란색 점퍼만 입고 벤치에 앉았다. 코치들이 생일선물로 사준 옷이다. 우연히 입고 승리를 거뒀고, 다음에 또 입고 그러다보니 계속 PO를 단벌신사로 보냈다. K리그1에 승격한 뒤 수원 삼성과 ‘수원 더비’에 한 번 입은 적이 있다. 잘 알겠지만 수원FC가 졌다. 지금도 파란 점퍼가 옷장에 그대로 있다. 구단이 한 때 경매로 내놓자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는데, 아직 소유주가 바뀌지 않았다.”
-올 시즌도 변함없이 PO가 시작됐다.
“그 때 난 선수들이 잘할 수 있는 부분만 주문했다. 우리 고유의 패턴인 ‘막공’을 지켜가려 했다. 악과 깡도 중요하다. 과감히 자신이 가진 패를 꺼내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잃어버릴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부딪히고 싸워야 한다.”
-승격 도전을 하는 후배 지도자들에게 하고픈 메시지가 있나.
“자신의 축구철학을 마음껏 펼쳤으면 한다. 정규리그에서 구축한 철학과 패턴을 계속 밀고 나가야 한다. 한 번 마음에 정하면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나중에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스스로의 축구를 펼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