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권유 한화 떠나 새 팀 기다려… 현역 최고령으로 작년까지 대활약
올 시즌 쉬었지만 지금은 완전 회복
프로야구 스토브리그는 노장들에게 유난히 춥다. 각 팀마다 젊은 선수 육성을 기조로 삼은 가운데 30대 중반을 훌쩍 넘은 노장들이 속속 팀을 떠나고 있다. 임창용(42), 김진우(35·이상 KIA), 배영수(37·한화), 최준석(35·NC) 등이 유니폼을 벗었다.
KBO리그 ‘현역 최고령’ 타이틀을 갖고 있는 박정진(42·사진)도 마찬가지. 17일 그는 1999년 입단 이후 20년째 몸담았던 한화 유니폼을 벗었다. 대전에 머무르고 있는 그는 다른 구단의 ‘러브콜’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로 2년 계약을 맺은 그는 올 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박정진은 “후반기에는 마운드에 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만큼 몸이 올라오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시즌이 끝난 뒤 구단으로부터 은퇴 권유를 받은 그는 “내년 3월까지 몸을 만들어 보고 판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당장 은퇴보다 방출을 택했다. 박정진은 “9월부터 투구 전 단계까지 훈련을 충실히 했다. 지금 아픈 곳은 없다”고 말했다.
왼손잡이에 시속 150km에 이르는 강속구, 높은 곳에서 내리찍는 역동적인 투구, 예리한 슬라이더…. 1999년 입단 후 이렇다 할 활약이 없던 박정진은 2009시즌 후 은퇴할 뻔했다. 방출 명단에 이름이 오른 것. 하지만 팀에 좌완 불펜이 없어 한대화 당시 한화 감독이 1년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에 자극받은 듯 박정진은 2010시즌 79와 3분의 2이닝을 소화하며 2승 4패 10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3.09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한국 나이 서른다섯에 비로소 꽃을 피워 ‘노망주(노장+유망주)’라는 신조어를 탄생케 했다. 마흔이 넘은 2017 시즌에도 55경기에 나서 평균자책점 3.94를 기록하는 등 철저한 몸 관리로 한화의 핵심 불펜으로 활약했다.
야구 인생의 기로에 선 박정진은 “현실이 쉽지 않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마지막 선수 인생을 보람차게 장식하고 싶다”고 말했다. 9년 전 매서웠던 겨울을 극적으로 헤쳐 갔던 그가 또다시 반전의 주인공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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