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감독님이 ‘토스 시범 좀 그만하게 해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어요.”
5일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만난 프로배구 우리카드 세터 노재욱(26)은 인터뷰 내내 ‘아직’이란 단어를 되풀이했다. 과거 현대캐피탈 소속으로 두 차례의 정규리그 우승, 한 차례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세터로선 의외의 답변이었다.
프로 5년 차인 노재욱에게 올 시즌은 남달랐다. 유니폼만 두 차례 갈아입었다. 시즌 전 자유계약선수(FA) 전광인의 보상선수로 한국전력으로 이적한 노재욱은 지난달 다시 트레이드로 우리카드 선수가 됐다. 최근 이적 관련 질문을 숱하게 받았다는 노재욱은 “어느 팀에든 어울리는 게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이 부족해서 트레이드된 만큼 실력을 쌓으면 (상황이)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적은 한편으론 기회도 됐다. 현대캐피탈 시절 세터 출신 최태웅 감독의 집중과외를 받았던 노재욱은 우리카드에서 다시 또 세터 출신 신영철 감독을 만났다. 두 감독 모두 현역 시절 ‘컴퓨터 세터’로 불렸다. 노재욱은 “신 감독님에겐 정교함을 배운다. 손 모양을 어떻게 하라는 식으로 좀 더 정확한 토스를 알려주시려 한다. 지금도 (훈련 때) 우리가 잘 안 되는 걸 감독님이 바로 직접 보여주셔서 당황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아직도 농구공(손목 강화를 위해 훈련 시 배구공보다 무거운 농구공을 활용한다) 몇천 개는 더 올려야 된다”며 노재욱을 독려했다. 세터로서는 키(191cm)가 큰 노재욱은 빠른 토스가 강점으로 꼽힌다.
이적 후 유광우의 교체선수로 주로 뛰던 노재욱은 지난달 후반부터 주전 자리를 꿰찼다. 이후 한때 3연승을 이끌기도 했다. 10일 현재 우리카드는 5위다. 대부분의 팀 기록이 하위권에 머물러 있지만 세트(득점으로 연결된 토스)와 디그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
상승세의 원인으론 ‘대화’를 꼽았다. 노재욱은 “하고자 하는 의지가 크다 보니 선수들끼리 대화를 많이 한다. (윤)봉우 형이나 아가메즈 같은 베테랑 선수들이 좋은 말을 많이 해준다”고 말했다. 팀 공격력을 책임지는 외국인 선수 아가메즈에 대해서는 “해외에서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음에도 머리를 숙이고 트라이아웃에 참가하는 자세가 대단하다. 어린 선수를 끌고 가려는 카리스마도 강하다”고 덧붙였다.
봄 배구(포스트시즌)를 향한 간절함도 드러냈다.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노재욱은 챔피언결정전에선 허리 통증으로 경기에 제대로 출전하지 못했다. 상대 대한항공의 우승을 지켜봐야만 했다. 노재욱은 “지금도 생각하면 화가 나지만 기회는 올해에도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좋은 선수”라고 말했다. 2008년 창단 후 아직 봄 배구를 경험하지 못한 우리카드도 절실한 건 마찬가지다. 노재욱을 선택한 우리카드는 과연 장충체육관(우리카드 안방)에 봄을 불러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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