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의 눈’ 박기원-김세진… “고맙다, 비디오 챌린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2일 03시 00분


대한항공-OK저축 성공률 62.5%… 31.6% 그친 삼성화재의 2배 육박
“분위기 바꾸려고 신청하기도… 오버네트도 대상에 포함돼야”

프로배구 코트 밖 감독들의 중책 중 하나는 비디오 챌린지의 적재적소 활용이다. 심판의 오심을 뒤집는 비디오 챌린지는 때론 승부의 물줄기를 바꾸기도 한다. 상대의 기세를 꺾으며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올 시즌 비디오 챌린지로 톡톡히 재미를 본 ‘매의 눈’은 바로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67)과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44)이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지난달 30일 마무리된 2라운드까지 비디오 챌린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두 감독은 총 16차례 비디오 챌린지를 요청해 10차례 심판의 오심을 뒤집었다. 성공률은 62.5%다. 남자부에서 성공률이 가장 낮은 삼성화재 신진식 감독(31.6%·총 19회 중 6회)의 약 2배 수준이다. 비디오 챌린지는 세트당 최다 2회(첫 신청 때 오심 또는 판독 불가가 나올 경우)까지 신청할 수 있다.

박기원 감독은 “눈으로 보는 건 물론 (터치아웃, 네트터치 등은) 귀로도 듣고 상대방 선수들의 표정, 코칭스태프의 의견도 종합적으로 살펴서 감독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코칭스태프도 앉은 자리에 따라 담당 구역을 나눈다”고 설명했다. 엔드라인 인·아웃의 경우 아무래도 엔드라인 뒤쪽에 앉은 전력분석관의 말이 신빙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은 특히 터치아웃 관련 비디오 챌린지에서 재미를 봤다. 총 6차례 비디오 챌린지를 신청해 그중 5차례 오심을 잡아냈다.

김세진 감독은 “눈으로 본다고 해서 정확히 판단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비디오 챌린지도 중요하지만 그것에만 집중하다간 경기 자체를 놓칠 수가 있다. 순전히 감에 맡기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판정이 정심인 것을 알면서도 코트 안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선수들의 요청대로 비디오 챌린지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작전타임을 모두 사용할 경우 상대의 흐름을 끊기 위해 비디오 챌린지를 신청하기도 한다.

한편 ‘오버네트’도 비디오 챌린지 항목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 감독은 “오버네트에 대한 오심이 종종 나오지만 비디오 챌린지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다 보니 심판의 결정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 KOVO는 인·아웃, 터치아웃, 네트터치 등 9가지 항목에 대해 비디오 챌린지를 실시하고 있다. KOVO 관계자는 “오버네트의 경우 네트 위 설치된 카메라로 판독해야 하는데 경기 중 공이나 선수들의 네트터치 등으로 카메라의 균형을 맞추는 게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프로배구#비디오 판독#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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