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신분으로 법정서 눈물 흘리며 약 15분 동안 증언
“평창올림픽 20일전 죽구나 싶을 정도로 맞아 뇌진탕도”
“초교 1년때부터 쇼트트랙 선수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폭행 당했다. 손가락 뼈 골절 등 상해를 입거나 동료 중 일부는 선수생활을 관두기도 했다.”
상습상해 혐의로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중인 조재범(37) 전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가 그동안 선수들에게 폭행을 일삼았다고 심석희 선수가 법정에서 증언했다.
조씨의 항소심 2차 공판이 열린 17일 수원지방법원에 피해자 신분으로 출석한 심 선수는 선수생활을 하면서 있었던 일련의 일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심 선수는 준비한 메모지를 꺼낸 후, 자신이 만 7세부터 시작했던 쇼트트랙 선수 생활 가운데 폭행 당했던 순간들을 천천히 열거했다.
그는 “나는 그동안 피고인(조 전 코치)과 마주친다는 두려움과 그런 것 때문에 법정에 올 엄두를 못냈다. 그래도 진실이 무엇인지 말씀드리고자 법정에 섰다”며 “조 전 코치가 형사처벌을 받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힘들게 출석했다”고 말했다.
심 선수의 증언에 따르면 초교 1년 때부터 조 전 코치 밑에서 쇼트트랙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그때부터 폭행을 당하고 갖은 폭언을 들었다. 또 초교 4년때는 아이스하키채로 맞아 손가락 뼈까지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다.
심 선수는 중학생이 됐을 때 그 강도가 날로 심해졌다고 진술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자신들의 동료와 함께 폭행을 당했으며 동료 중 일부는 고막이 찢어지거나 손목, 손뼈 등의 상해를 입거나 심한 경우는 선수행활을 아예 접은 동료도 있다고 언급했다.
심 선수는 “폭행이 상습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그간 있었던 일을 다 말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털어놨다.
심 선수는 법정에서 내내 흐느끼는 목소리로 약 15분 동안 자신의 기억을 꺼냈다.
그는 “평창동계올림픽을 20일 앞둔 시점에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을 정도로 주먹과 발로, 특히 머리를 집중적으로 맞았고 그래서 뇌진탕이라는 상해를 입었다”며 “결국 평창의 꿈이자 목표인, 내 고향에서 열린 올림픽 시합 중에 의식을 잃었고 결국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심 선수는 올림픽을 최대 목표로 삼는 국가대표 선수로서 삶에 불이익이 따를까봐 그동안의 폭행사실을 외부에 누설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조 전 코치가)훈련 중에 있어서 부모나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못하게 했고 만약 알린다면 ‘넌 (선수생활) 끝이야’라는 식으로 어렸을 때부터 세뇌 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이같은 범죄를 다시는 저지를 수 없도록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 처벌을 받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말했다.
조 전 코치의 선고는 내년 1월14일 오후 2시로 예정됐다.
앞서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지난 9월 조 전 코치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조 전 코치는 올림픽을 앞둔 올 1월 중순께 훈련 과정에서 심씨 등 선수 4명을 수차례 때려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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