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우, 김학범, 황의조, 박항서…한국축구 강타한 ‘반전’

  • 뉴스1
  • 입력 2018년 12월 18일 1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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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정리하는 지점, 한국 축구의 2018년은 그야말로 다사다난이었다. 올해를 시작할 때만해도 최악의 기간이 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컸는데 마무리하는 시점의 분위기는 훈훈 그 자체다.

축구계를 향한 팬들의 격려와 환호가 이 정도였을 때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도 달라질 수 있었던 것은 올해 중후반 이어진 ‘반전 드라마’들 덕분이다.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세계 최강 독일을 잡아내고, 아시안게임에서 우여곡절 끝에 2연패를 달성했으며 그렇게 살려낸 불씨를 파울루 벤투 새 사령탑과 함께 A대표팀이 이어받아 불을 지폈다. 그리고 바다 밖 베트남에서 전해진 한국인 지도자의 국위선양 이슈까지, 줄줄이 좋은 일들이 이어졌다.

그 드라마들 속에서 이전의 입지와는 다른 상황을 만들어낸 축구인생 역전 주인공들이 여럿 솟구쳤다.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그야말로 ‘신데렐라’로 떠오른 조현우 골키퍼가 대표적이다. 조현우는 애초 신태용호의 주전 골키퍼로 점쳐지지 않았던 선수다. No.1 수문장은 김승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전혀 다른 상황이 연출됐다.

조현우는 스웨덴과의 1차전부터 신태용호의 최후방을 지켰고 멕시코와의 2차전과 독일과의 최종 3차전까지 변동은 없었다. 특히 독일전에서는 수많은 슈팅을 선방해내면서 2-0 승리를 지켜냈다. 득점자들이 아닌 수문장 조현우가 경기 MOM으로 선정됐을 정도로 숱한 선방쇼를 펼쳤고 덕분에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적잖은 조명을 받았다.

조현우와 함께 대회에 임박해서 엔트리에 합류한 이승우나 문선민도 이전까지와는 다른 입지를 만든 이들이다. 마치 아이돌 가수들과 같은 인기를 구가하는 이승우는 최근 축구열풍의 기폭제였고 고교 졸업 후 프로 진학에 실패했다 한 브랜드의 축구 오디션을 통해 기회를 잡은 문선민 역시 많은 축구 유망주들에게 꿈을 선물했다.

황의조를 빼놓을 수 없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직전까지만 해도 황의조는 ‘국민역적’이었다. 소위 ‘인맥논란’에 시달렸을 정도로 무임승차라는 비난을 받아야했다. 하지만 첫 경기부터 해트트릭을 작성하는 등 무려 9골을 터뜨리는 환상적인 결정력을 선보이며 득점왕을 차지, 모든 잡음을 잠재웠다. 역대 와일드카드를 통틀어도 황의조만한 활약상은 없었다.

황의조는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잇따라 골을 터뜨려 해결사 부재로 고민하는 한국대표팀의 새 희망으로 발돋움했다. 감바 오사카 소속으로도 27경기에 출전해 16골을 넣으며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세웠다. 이런 반전이 없다. 선수들만 있는 게 아니다.

지금은 아주 자연스럽게 ‘김학범호’가 U-23 대표팀을 가리키는 표현이 됐지만, 처음에는 제대로 물에 띄울 수나 있을까 싶었던 배다. 올해 초 김학범 감독이 U-23 대표팀의 사령탑으로 선임됐을 때부터 말이 많았다. 소위 ‘비주류’인 김학범 감독이, 대표팀 경력이 없는, 나이도 적잖은 지도자가 젊은 대표선수들을 과연 컨트롤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있었다.

성남FC 시절 지도한 바 있는 황의조를 와일드카드로 발탁해 맹비난을 받았고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에 1-2로 패하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자 뭇매를 맞았다. 그 무렵만 해도 멀리 가지 못할 것이라는 한숨들이 많았는데, 결국 끝까지 완주했다.

그야말로 ‘원팀’의 조화로움이 빛났다. 누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톱클래스(손흥민)이고 누가 K리그2 소속의 플레이어(황인범 등)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선수들을 팀 속에 녹여내는 리더십을 발휘하며 선수들의 높은 신뢰를 끌어냈다. 든든한 힘을 얻은 김학범 감독은 이제 2020 도쿄 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

대미를 장식한 이는 역시 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이다. 박 감독이 2017년 10월 베트남 대표팀을 이끈다는 뉴스가 전해졌을 때 안팎의 반응은 밋밋했다. 국내에서도 큰 이슈가 되지 못했고 베트남 내에서도 “한국의 3부리그(내셔널리그) 지도자가 대표팀 감독을 맡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대 목소리가 적잖았다. 지금의 신드롬급 반향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박항서 감독은 올 1월 AFC U-23챔피언십 준우승을 시작으로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그리고 최근 끝난 AFF 스즈키컵 우승까지 그야말로 베트남 축구사를 다시 썼다. 베트남은 물론 한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다. 축구계, 스포츠계를 넘어 다른 분야에서도 박항서 리더십을 조명하기 바쁘다.

아무리 내일을 알 수 없는 인생이라지만 언급한 이들의 이런 반전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절대로 포기하지마라”. 조현우와 황의조가 그리고 김학범 감독과 박항서 감독이 전하는 메시지인지 모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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