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도시민구단이 본받아야 할 경남 조기호 사장의 강단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2월 21일 05시 30분


경남FC는 2018시즌 K리그1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경남의 조기호 사장은 팀의 숨은 공로자다. 도·시민구단의 한계 속에서도 팀을 잘 이끌며 모범사례가 됐다. 사진제공|경남FC
경남FC는 2018시즌 K리그1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경남의 조기호 사장은 팀의 숨은 공로자다. 도·시민구단의 한계 속에서도 팀을 잘 이끌며 모범사례가 됐다. 사진제공|경남FC
2018시즌 프로축구 K리그 우승팀은 전북 현대다. 압도적인 기량과 승점으로 정상에 올랐다. 그런데 우승치고는 좀 밋밋했다. 적수가 없는 가운데 독주를 하다보니 흥미는 반감됐다. 최강희 전북 감독이 “우승을 하고 기자회견장에 들어갔는데, 감동은커녕 너무 썰렁 하더라”고 푸념한 걸 보면 짐작이 간다.

전북보다는 차라리 2위 경남FC에 쏠린 시선이 더 강렬했다. 많은 격려가 쏟아졌다. 지난해 2부 우승으로 올해 1부에 승격된 경남은 잔류만 해도 성공이었지만, 단박에 2위까지 올랐다. 내년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도 확보했다. 이런 탓에 기존 명문이라고 소리 듣던 구단들의 체면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연말 시상식에서도 경남은 빛이 났다. 외국인 선수 말컹이 MVP와 득점상을 탔고, 베스트11에도 3명(말컹, 네게바, 최영준)이나 선정됐다. 창단 이후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감독과 선수들의 노력이 가장 컸다. 시즌 내내 피 말리는 승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잘 버텨냈다. 그런데 그들만큼이나 고생한 사람은 또 있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묵묵히 지원해준 프런트의 헌신을 무시해선 안 된다. 선수단과 프런트의 쌍두마차가 제대로 굴러갈 때 비로소 성적은 좋아진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다시 조명하고 싶은 인물은 조기호(64) 경남 사장이다. 조 사장의 숨은 공로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도시민구단 CEO들이 본받아야할 모범을 보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조 사장은 “지난해는 2부 우승했고, 올해는 1부 2위를 해 ACL 출전권까지 따냈다. 이만하면 우리 도민들의 자존심을 살려준 것 같아 그걸로 만족 한다”고 했다.

경남 조기호 사장. 사진제공|경남FC
경남 조기호 사장. 사진제공|경남FC

사실 조 사장은 체육인 출신이 아니다. 38년간 공직생활을 해 축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축구지식과 구단운영능력은 별개다. 2016년 3월 취임한 뒤 부도 위기의 구단을 빠르게 수습했다. 직원들 월급을 못 줄 정도로 재정적으로 힘들었지만 헌신적인 노력으로 극복해냈다.

올 초에도 심각한 위기가 찾아왔다. 1부 승격의 주역인 김종부 감독과의 재계약 문제로 윗선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사표를 냈다. 구단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타협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 강수를 둔 것이다. 파장은 만만치 않았다. 결국 그의 뜻은 관철됐고, 팀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6월엔 새로운 도지사가 오자 두 번째 사표를 냈다. 새 도지사가 도정을 펴는데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행동이었다. 다행히 능력을 인정받아 반려되면서 조 사장은 구단 경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이런 몇 차례 고비를 넘기자 선수단은 힘을 받았고, 그 힘은 그라운드의 성적으로 이어졌다.

K리그의 병폐 중 하나는 도시민구단들이 외풍에 쉽게 흔들린다는 점이다. 정치적인 입김이 강하다보니 정작 중요한 ‘축구’는 온데 간 데 없을 때가 많다. 정치적인 색깔을 뺄 때 팀이 강해질 수 있다는 걸 2018시즌의 경남은 증명해보였다.

3년간의 축구단 운영을 통해 조 사장이 건넨 메시지는 묵직했다. 자리에 연연하기보다는 구단의 올바른 방향을 걱정하는 모습은 K리그의 모범이 되기에 충분하다. 내년에는 제2, 제3의 강단 있는 조기호가 나와야한다. 그게 도시민구단들이 살 길이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체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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