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 그들을 말한다] 조캡→조위원→그리고 조코치, 조성환의 변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2월 21일 05시 30분


선수시절 캡틴에서 방송 해설자를 거쳐 코치까지…. 조성환(오른쪽) 두산 베어스 수비코치는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선수는 아니다. 다만 역대 가장 뛰어난 주장을 꼽는다면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방송해설이란 값진 경험을 보탠 그만의 온화한 리더십은 코치로 부임하면서 더 깊어졌다. 스포츠동아DB
선수시절 캡틴에서 방송 해설자를 거쳐 코치까지…. 조성환(오른쪽) 두산 베어스 수비코치는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선수는 아니다. 다만 역대 가장 뛰어난 주장을 꼽는다면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방송해설이란 값진 경험을 보탠 그만의 온화한 리더십은 코치로 부임하면서 더 깊어졌다. 스포츠동아DB
기자가 그라운드에서 느낀 ‘선수 조성환’의 이미지는 이랬다. 푸근한 미소를 짓고 있어도 활짝 핀 어깨 위로 듬직함, 그리고 깊이 있는 품격이 느껴지는 선수였다. 2008~2010년 롯데 자이언츠의 주장으로 팀의 중흥을 이끌었던 조성환은 모두의 바람 속에 2013년 또 한번 캡틴을 맡았다. 그의 친구 홍성흔은 “팀만 생각하는 바보였다”고 평가했다. 조성환은 “이름과 등번호가 유니폼 뒤에, 팀의 이름이 앞에 있는 이유는 나보다 팀이 우선이라는 뜻이다”라는 자신의 철학을 선수시절 내내 지켰다. 롯데에는 골든글러브를 2회 수상한 조성환보다 뛰어난 선수는 많지만 아직 조성환을 뛰어넘는 ‘캡틴’은 없다.

2015년 TV 야구 중계에 데뷔한 ‘해설위원 조성환’에게는 곧바로 호평이 이어졌다. 차분한 어투, 논리적인 해설 그리고 은퇴 직후 해설자가 가진 현장감을 잘 살리며 시청자들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기자는 조성환 위원과 케이블 채널 프로야구 전문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 종종 함께 출연했었다. 매번 그가 꼼꼼히 준비한 방대한 자료 준비에 많이 놀랐다. 특히 돌발변수가 많은 생방송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순발력은 전문 방송인 못지 않아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만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대비를 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해설가로 주가를 높이던 조성환 위원은 2017시즌이 끝난 후 두산 베어스와 코치 계약을 맺었다. 촉망받는 해설가였기 때문에 잔류를 희망했던 방송사는 많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올 시즌 ‘코치 조성환’은 1군에서 수비파트를 이끌며 지도자로 데뷔했다. 선수들과 함께 땀 흘리는 열정적인 모습,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낸 수비 시프트까지 성공적인 1년을 보냈다. 선수에서 해설가, 그리고 지도자까지 지난 4년간 직업을 두 번이나 바꿨고 또 모두 좋은 평가를 이끌어낸 조 코치에게 인터뷰를 청한 이유다.

두산 조성환 코치. 동아닷컴DB
두산 조성환 코치. 동아닷컴DB

-방송 해설가로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은퇴를 앞둔 선수들 중 상당수가 해설가를 꿈꾼다. 그러나 그 문은 매우 좁고 또한 오래하기도 어려운 직업이다. 그만큼 방송사에서도 새 얼굴을 찾는데 어려움을 호소한다. 해설가로 성공적인 출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코치 제안을 받았을 때 큰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1년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면 어떤 마음이 드나.

“인생의 큰 전환점, 갈림길이었기 때문에 고민을 안 할 수 없었다(은퇴 직후 해설위원을 한 뒤 코치로 현장에 복귀하는 경우 대부분 금전적으로도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조 코치도 직접 밝힌 적은 없었지만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크게 망설이지는 않았다. 김태형 감독님의 제안을 받고 굉장히 설¤다. 이런 부분이 있다. 한 번 유니폼을 입었던 사람들은 설명하기 어려운 그 무엇인가가 진하게 남는다. 다시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손뼉을 마주칠 수 있고 승리의 희열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전혀 후회는 없다.”

-두산은 전통적으로 수비가 강한 팀이다. 최고의 수비능력을 가진 내야수들과 함께 한 시간은 어땠나.

“이 친구들은 평상시 굉장히 여유가 있는데 집중해야 할 때는 굉장히 치열하다. 개인적인 능력도 뛰어나면서 노력을 많이 한다. 좋은 선수들 만나서 특별한 경험을 함께했다. 내년이 더 기대된다.”

-2년 동안 방송해설을 하면서 그라운드 안이 아닌 밖에서 야구를 지켜봤다. 지도자로 데뷔하면서 그 때 경험은 어떤 도움이 됐나.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해설가로 기회를 준 방송사 분들께 항상 감사할 뿐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스스로 나만의 자료, 데이터를 정리 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전력분석팀이 항상 큰 역할을 해주지만 직접 나만을 위해 내가 만드는 자료도 중요하다. 해설을 할 때 3시간 넘게 계속 말을 하려면 스스로 매우 많은 양의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야구를 더 넓은 시야로 본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요즘들어 은퇴 직후 방송해설을 한 뒤 현장으로 복귀해 지도자로 성공적 커리어를 쌓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여러 장점을 각 구단에서도 높이 평가하는 것 같다.

“야구 뿐 아니라 사회적 경험이 큰 자산이 되는 것 같다. 소통이 굉장히 중요한 시대다. 방송국에서 여러 각기 다른 포지션을 맡은 분들과 만나 의견을 주고받아야 했다. 구단에서도 선수들과, 또 스태프들과 대화할 때 그 때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방송 해설을 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두산 조성환 코치. 스포츠동아DB
두산 조성환 코치. 스포츠동아DB

-모두가 선수와 코치는 전혀 다른 직업이라고 한다. 스스로 느끼기에는 어땠나?

“완전히 다르다(웃음).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는 챙겨주는 것을 받기만 하면 된다. 최고의 컨디션으로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일이다. 코치는 정 반대다. 최고의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코치가 돼 보니 ‘아, 그 때 코치님들이 이런 마음이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옛 코치님들에게 안부 전화를 자주 드리게 됐다.”

-현역 시절 카리스마를 가진 롯데의 캡틴이었다. 코치로는 어떤 색깔인가?

“은퇴한 지 이제 4년이 지났다. 많은 시간이 흐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선수입장에서 더 생각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을 항상 간직하며 코치를 하고 싶다.”

-선수들 뒤에 있는 코치들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는 한발 비켜서있으면서 정신적으로 굉장히 고된 직업이다. 직접 느낀 애환이 있다면.

“팀이 이기면 다 좋은 분위기지만 한 쪽 파트, 예를 들어 내가 맡고 있는 수비 때문에 승부가 넘어가면 그 아픔이 생각보다 꽤 오래 가더라. 각 파트 모두 엄중한 책임감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

두산 조성환 코치. 스포츠동아DB
두산 조성환 코치. 스포츠동아DB

-지도자로 꿈이 있다면?

“음…. 선수 때 주장을 꽤 오랜 시간 했다. 여러 측면에서 주장은 힘든 점이 있는데 시즌이 끝난 후 ‘형, 수고하셨어요’라는 말에 다 잊고 또 하게 되더라. 지도자로 꿈이라기보다는, 시즌이 끝난 겨울 선수들에게 ‘코치님, 올해 고생하셨어요’라는 말을 듣는 코치가 되고 싶다.”

-올해는 그런 전화가 없었나?

“하하, 사실 전화가 몇 통 왔다. 얼마나 고마운지….”

● 조성환은?

▲ 생년월일=1976년 12월 23일 ▲ 출신교=백운초~중앙중~충암고~원광대 ▲ 프로선수 경력=롯데 자이언츠(1999~2014년) ▲ 프로통산 성적=1032경기·874안타·44홈런·329타점·타율0.284 ▲ 해설가 경력=KBSN 스포츠(2016~2017년) ▲ 지도자 경력=두산 베어스 수비코치(2018년~)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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