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우리는 챔피언! ‘박항서 매직’ 열기 가득한 하노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2월 26일 05시 30분


베트남축구대표팀 박항서 감독(오른쪽 두 번째)과 미드필더 쯔엉(왼쪽 두 번째)이 지난 24일 베트남 하노이 미딘지구에 위치한 베트남축구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친선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하노이(베트남)|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베트남축구대표팀 박항서 감독(오른쪽 두 번째)과 미드필더 쯔엉(왼쪽 두 번째)이 지난 24일 베트남 하노이 미딘지구에 위치한 베트남축구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친선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하노이(베트남)|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그저 단순한 또 한 번의 평가전이 아니었다. 가장 아름답게 막을 내렸던 스즈키컵에서의 뜨거운 감동을 되새길, 얼마 안 있어 다가올 밝은 내일을 미리 상상하고 그려보는 소중한 기회였다.

베트남의 축구열기가 다시 활화산처럼 불타올랐다. 다음달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펼쳐질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앞두고 베트남축구협회(VFF)가 마련한 북한과의 평가전에서다. 베트남과 북한은 25일 하노이 미딘국립경기장에서 맞붙었다.

익숙하지 않은 크리스마스 A매치. UAE 입성에 앞서 카타르 도하에 차리는 전지훈련 캠프로 향하기 전, 베트남선수들이 자국 팬들에게 출정인사를 올리는 자리이기도 했다. 베트남은 도하에서 필리핀과 2차 평가전을 치른 뒤 아시안컵 일정에 돌입한다.

그런데 어느 정도 여유가 느껴졌다. 만년 약체, 그동안 기껏해야 ‘동남아시아의 다크호스’ 이상의 이미지는 심어주지 못했던 베트남의 신분이 달라졌다. 이제는 ‘챔피언’ 자격으로 아시안컵에 도전장을 내민다. 스즈키컵이 가져온 소중한 선물이다. 베트남 A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총괄 지휘하는 박항서(59) 감독은 “난 축구지도자일 뿐, 영웅이 아니다”고 자세를 한껏 낮췄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박 감독과 이영진(55) 수석코치를 비롯한 베트남의 축구영웅들이 직접 남긴 사인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공식 루트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고가에 팔린다는 이야기도 현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물론 이름값이 높거나 많은 선수들의 사인이 고루 담긴 티셔츠나 유니폼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챔피언’ 자부심으로 에너지를 충전한 팬들은 자국 선수단이 향하는 모든 곳에 함께했다. 베트남대표팀이 합숙생활을 한 하노이 도심의 호텔에 투숙하거나 훈련장에 진을 치고 기약 없이 기다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들이 잠시라도 들른 커피숍이나 식당은 성지가 된다.
경기 전날(24일), 이른 아침부터 하노이 미딩 지구에 위치한 VFF 내 입장권발매센터를 찾아 업무개시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때마침 사전기자회견을 위해 VFF를 방문한 박 감독을 우연히 본 이들은 함성과 탄성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베트남축구대표팀이 북한과 평가전을 하루 앞둔 24일 베트남 하노이 미딘국립경기장에 나타난 한 베트남 팬의 모습. 자신의 뒷머리에 박항서 감독을 그려넣은 정성이 놀랍기만 하다. 하노이(베트남)|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베트남축구대표팀이 북한과 평가전을 하루 앞둔 24일 베트남 하노이 미딘국립경기장에 나타난 한 베트남 팬의 모습. 자신의 뒷머리에 박항서 감독을 그려넣은 정성이 놀랍기만 하다. 하노이(베트남)|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물론 정성도 대단하다. 아이돌 그룹에 버금가는 큰 인기를 누리다보니 시선을 끌 수 있는 다양한 응원 아이템이 등장한다. 심지어 자신의 신체를 소품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타투는 기본이고 아예 뒷머리에 박 감독의 얼굴을 새긴 이도 있었다. 박 감독의 인기를 확실히 체감할 수 있는 장면이다.

VFF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많은 업무량에 비해 보람을 찾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왜 그런 생각을 했나’ 후회가 들 정도”라며 “다른 일반인들처럼 베트남축구를 응원하는 팬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행복한 요즘”이라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하노이(베트남)|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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