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생글생글 웃는 얼굴의 CF스타로 주목받았던 여섯 살 ‘초코파이 꼬마’는 어느덧 키가 180cm까지 자랐다. 지난해 얼굴에 피었던 ‘여드름 꽃’ 자국도 자취를 감췄다.
“훌쩍 자란 키만큼 실력도 쑥쑥 향상됐으면 좋겠어요.”
‘독종’인 소년은 욕심이 많다.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개척자’로 불리는 그이지만 궁극적 목표는 더 높은 곳에 있었다. “피겨는 제 인생이에요. 언젠가는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선수가 되고 싶어요. 외국 사람들도 한국 하면 제가 떠오를 수 있게 말입니다.”
이번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싱글에서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메달(동메달)을 딴 차준환(17·휘문고)을 26일 만났다. ○ 온통 피겨로 가득한 일상
“트와이스요?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한창 아이돌에 관심이 많을 고교 2학년. 하지만 차준환은 요즘 인기 많은 걸그룹조차 생소하다고 했다. 그는 “걸그룹에 관심을 둘 시간이 없어요”라며 웃었다.
차준환은 김연아와 하뉴 유즈루(일본)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키운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지도 아래 캐나다에서 훈련한다.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15위에 그쳤던 그가 불과 10개월 만에 세계적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지독한 열정과 끊임없는 훈련이 있었다.
“하루에 빙상 훈련은 4시간, 지상 훈련(스트레칭 포함)은 3시간 정도 한다. 나머지 시간에 식사하고 휴식을 취하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 버린다.” 또한 체력 보충 등을 위해 군것질을 참는 대신에 고기 위주의 식단을 철저히 지킨다. 훈련 장소인 크리켓 스케이팅 클럽의 분위기도 도움을 준다. 차준환은 “하뉴 등 세계적 선수들이 모두 쉴 틈 없이 훈련을 한다. 그들과 함께 있다 보니 나도 한눈을 팔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휴식 시간이나 대회 출전을 위해 비행기로 이동할 때도 훈련의 연속이다. 그는 이때 자신의 프로그램 음악을 반복해서 듣는다. 차준환은 “특히 경기 전날에는 (프로그램 음악을) 수없이 반복해 들으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고 말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차준환의 강점은 곡 해석 능력이다. 음악과 연기가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차준환은 프로그램 초반 점프 실수가 있어도 흔들리지 않고 곧바로 다음 점프를 성공시키는 등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차준환은 “연습 때 실수가 있어도 음악을 멈추지 않고 끝까지 프로그램을 완료한다”고 말했다. ○ “1등 경쟁을 하는 선수로 성장할 것”
차준환은 대회 출전을 앞두고 좀처럼 구체적인 목표를 내놓지 않는다. “말보다 몸으로 직접 보여주고 성과를 내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에게도 마음속에 품은 원대한 목표가 있었다. 차준환은 “조금씩 발전해 언젠가는 1등 경쟁을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는 평창 올림픽보다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
그가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난도가 높아 고득점에 유리한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추가적으로 장착해야 한다. 현재 그는 4회전 살코(기본 점수 9.7점)와 토루프(9.5점)를 뛴다. 차준환은 “발에 맞지 않는 부츠 문제에다가 부상(고관절, 발목)도 겪었기 때문에 무리하게 훈련을 할 생각은 없다. 철저히 몸 관리를 하면서 차근차근 4회전 점프를 늘려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비시즌에 그가 시도하는 4회전 점프 중 성공률이 높은 것은 플립(11점)이다. 차준환은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3번 시도하면 2번은 성공한다”고 말했다.
차준환은 ‘남자 김연아’로 불리는 데 대해 “나는 아직 그 정도 위치에 오른 선수가 아니다”라며 부담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먼 미래에는 또 한 명의 한국 피겨 아이콘이 되기를 꿈꾼다. “내 이름 차준환으로 오래도록 팬들의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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