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과 지구 특공대, 그들과의 마지막 동행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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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28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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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이청용, 지동원-구자철 아시안컵 동시 출격

이청용과 기성용, 지동원과 구자철이 아시안컵에 동시에 출격한다.  © News1
이청용과 기성용, 지동원과 구자철이 아시안컵에 동시에 출격한다. © News1

내년 1월5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막을 올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은 한국 축구의 60년 한을 풀어야하는 대회다.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는 한국이지만, 정작 아시안컵에서는 1956년 초대 대회와 1960년 2회 대회 우승 이후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른 적이 없다. 준우승만 4번. 59년 만에 트로피 탈환에 도전하는 대표팀이다.

이번이 적기라는 평가가 많다. 에이스 손흥민이 절정의 모습을 과시 중이고 황희찬, 황의조, 이재성 등 해외에서 활약하는 젊은 공격수들도 물오른 감각을 자랑하고 있다.

여기에 ‘베테랑’들과 함께 하는 사실상 마지막 무대라는 점에서 더더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쌍용’ 기성용-이청용 그리고 ‘지구 특공대’라 불리는 지동원-구자철이 동시에 출격하는 아시안컵. 이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도 쉽지 않을 수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때마다 든든한 콤비들이 있었다. 1960~70년대 아시아를 호령했던 명수비수 김호-김정남이 그랬고 단신(165cm) 김진국이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면 중앙에서 거구(191cm) 김재한이 묵직한 헤딩슈팅을 구사하던 거꾸리-장다리 공격조합도 있었다.

1990년대 이후 한국 축구를 지탱했던 황선홍과 홍명보, 홍명보와 황선홍의 ‘H-H 라인’을 빼놓을 수 없다. 최전방을 누비던 공격수 H(황선홍)와 최후방의 보루였던 수비수 H(홍명보)는 한국에서 열린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이라는 믿기지 않는 성과를 작성하며 대표팀 커리어를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이들의 배턴을 이어받은 듀오가 박지성-이영표다. 황선홍과 홍명보의 마지막이던 2002년에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은 이영표-박지성은 이후 H-H 라인에 버금가는 시간과 영향력으로 한국 축구를 이끌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사상 첫 원정 16강이라는 이정표를 함께 세우기도 했다.

박지성과 이영표를 잇는 다음 세대 찰떡궁합이 바로 ‘쌍용’으로 불리는 기성용-이청용이다. 10대 나이에 FC서울 유스팀에서 함께 프로무대에 데뷔한 것을 시작으로 나란히 유럽에 진출했던 것, 박지성-이영표 이후 대표팀의 기둥으로 활약한 것 등 많은 발걸음이 닮았다.
‘쌍용’과 ‘지구특공대’와 함께 하는 마지막 메이저대회가 될 수 있다. 반드시 우승컵을 들어올려야한다.  © News1 오대일 기자
‘쌍용’과 ‘지구특공대’와 함께 하는 마지막 메이저대회가 될 수 있다. 반드시 우승컵을 들어올려야한다. © News1 오대일 기자

그러나 이청용이 지난 2011년 톰 밀러에게 최악의 태클을 당해 입은 부상 후 두 선수의 행보에 조금씩 차이가 생겼다. 기성용이 꾸준히 안정된 모습을 보인 반면 이청용은 굴곡이 심했다. 눈물로 허비된 과거가 아니었다면 이청용 역시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했을 공산이 크지만 현실은 차가웠다.

이청용이 낙마하면서 쌍용이 함께 하는 메이저대회는 이제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잖았다. 하지만 다시 새로운 페이지가 등장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독일 분데스리가2 보훔에서 부활의 날갯짓에 성공한 이청용이 2019 아시안컵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쌍용의 비상을 다시금 기대 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지구 특공대’도 뜬다.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스크부르크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단짝 구자철과 지동원이 팬들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지난 2011년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이었다. 당시 구자철은 5골로 득점왕에 올랐고 지동원도 4골로 뒤를 받쳤다. 둘의 활약을 지켜본 축구팬들은 ‘지구특공대’라고 부르며 기대감을 나타냈고 이후 유럽 진출까지 성공했다.

이후 행보가 전부 꽃길은 아니었다. 기대만큼 유럽에서 빛나진 않았고 이후 크고 작은 부상들이 반복되면서 대표팀에서의 활약상도 기복이 있었다. 그랬던 두 선수도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공히 부상에서 막 회복했으나 벤투 감독은 “이미 두 선수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우리가 추구하는 축구에 맞는 선수들”이라며 신뢰를 보냈다.

이번 아시안컵은 사실상 이들이 동시에 출전하는 마지막 메이저대회가 될 전망이다. 심지어 기성용과 구자철은 지난 러시아 월드컵 후 은퇴를 암시하기도 했으나 벤투 감독의 만류와 함께 다시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상황이다. 체력적인 부담과 기량 등을 두루 종합할 때 2022 카타르 월드컵 때 이들 4명이 모두 건재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기점으로, 2011년 아시안컵을 끝으로 박지성과 이영표가 대표팀에서 은퇴하며 한국 축구의 대들보 역할을 맡았던 이들이 ‘쌍용’과 ‘지구 특공대’다. 그들도 어느덧 베테랑을 넘어 고참으로 가고 있다. 이들이 모두 뛰는 2019년 아시안컵은 그래서 더더욱 놓칠 수 없는 무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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