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31일 오후 현재까지도 조용하니 결국 해를 넘기는 순간까지 FC서울 팬들이 기다리는 ‘소식’은 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은 이 잠잠함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더 많다. 반드시 달라지겠다던 구단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 팬들이 보기에는 못 미더울 흐름이다.
K리그 겨울이적시장이 막을 올렸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리그 3연패를 노리는 ‘최강’ 전북현대는 돌풍의 팀 경남FC의 핵심 미드필더 최영준을 영입해 살을 더 찌웠다. 정규리그 3위, FA컵 2위 등 호성적을 거뒀으나 그 이상의 높은 곳을 지향하는 울산현대도 국가대표 출신 센터백 윤영선을 품으며 내실을 다졌다.
다음 시즌 정상에 도전하는 팀들이 제법 굵직한 인물들을 영입한 것을 신호탄으로 크고 작은 이적 소식들이 들리고 있는 흐름이다. 물밑에서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그러나 가장 큰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안팎의 조언을 받고 있는 FC서울은 고요하다.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즈베키스탄 대표 출신 미드필더 알리바예프를 영입하고 J리그에 임대됐던 오스마르가 컴백했다. 하지만 정작 ‘가려운 곳’을 긁는 움직임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2018시즌도 과정은 나쁘지 않았으나 결정력 부재에 경기를 많이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FC서울이다. 필요한 포지션은 스트라이커라는 의미다.
이적시장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구단이 공격수 보강에 대한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적극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는 뜻을 전했다. 수준 높은 공격수를 얻기 위해서는 상응하는 비용을 감수해야하는데 투자는 소극적이라는 의미였다.
관계자는 “당연히 구단 입장에서는 돈을 적게 쓰면서 의외의 대박을 치고 싶기 마련이다. 하지만 올해 그런 자세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던 서울이 또 비슷한 생각을 품고 있는 것 같다”면서 “과거 FC서울은 소위 ‘리딩구단’다운 면이 있었다. 하지만 근래는 더딘 걸음에 그치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
물론 전체적으로 얼어붙은 축구계 상황을 감안할 때 마냥 투지만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긴 하다. 하지만 FC서울이 마냥 우는 소리로 일관해야하는 수준의 팀은 아니다.
게다 현재 FC서울은 소위 ‘고액연봉자’들을 대거 정리하는 중이라는 전언이다. 선수단 몸집을 줄이면서 마련한 재원이 합당한 투자로 이어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텐데 허리띠만 줄인 채 보강은 없는 것 아니냐는 팬들의 걱정소리가 들리고 있다.
부산 아이파크와의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렸던 지난 12월9일, FC서울 팬들은 ‘잊지말자 2018’이라는 걸개를 걸었다. 구단과 선수단을 동시에 품으면서 환골탈태할 것을 함께 다짐하자는 일종의 화해의 제스처였다. 그리고 이틀 뒤인 12월11일 구단 엄태진 사장은 ‘팬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화답했다.
엄 사장은 “올 시즌 FC서울은 선수단 구성은 물론 여러 가지 면에서 팬 여러분의 기대를 충족시켜드리지 못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상심이 크셨을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고 머리를 숙였다.
서울답지 않은 구성으로 서울답지 않은 성적에 그친 것을 인정했고 이에 “FC서울은 지금 이 시간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뛰겠습니다. 올 시즌을 빠짐없이 되돌아보고, 미진했던 점에 대해 철저하게 반성하고 이에 대한 개선의 방법을 반드시 마련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그런데 급한 불을 끈 뒤로는 조용하다.
필드에서 플레이는 선수가 펼치고 결과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감독이 지겠으나 구단의 지원 없이 좋은 성적, 좋은 운영은 불가능하다. 이미 잃어버린 시간이 많아졌다는 FC서울이다. 팀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원성이 자자할 때는 이 고비만 넘어가면 달라질 것을 강하게 외쳤으나 뜨거움이 사라지니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FC서울은 K리그 판 전체의 건강한 흐름을 위해서도 빅팀다운 모습을 보여줘야할 클럽이다. 말로만 그쳐서 ‘명가 재건’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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