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9일 대한항공에 3-2 승리하며 3연패를 끊었던 남자프로배구 KB손해보험의 권순찬 감독은 “이겼지만 늘 불안하다”고 했다. 첫 세트를 따냈지만 2세트 범실로 흐름을 상대에 넘겨준 뒤 리시브가 무너지며 나머지 세트는 우왕좌왕하는 패턴이 시즌 내내 반복됐기 때문이다. 권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한 번 흔들리면 스스로 헤쳐 나가지 못하고 끝까지 무너진다. 잘하는 것은 칭찬하고 코트의 6명 모두가 리더가 되어서 서로서로 이끌고나가는 것이 세트마다 들쭉날쭉한 경기력의 편차를 줄이는 해법”이라고 진단했다.
새해 첫날을 맞아 의정부실내체육관은 시즌 최다인 3182명의 관중이 몰려들었다. 1세트 홈팀이 먼저 웃었다. 황두연의 2차례 서브타임에서 8점을 몰아친 KB손해보험이 세트를 따냈다. 9-9에서 연속 5득점을 유도한 황두연의 서브가 승패를 갈랐다. 4개의 블로킹을 잡고도 10공격득점밖에 기록하지 못한 OK저축은행과 달리 KB손해보험은 14공격 득점으로 활발했다. 심기일전의 뜻으로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OK저축은행 요스바니는 점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KB손해보험은 2세트 때도 평소와는 달랐다. 범실은 5개→8개로 많아졌지만 스스로 무너지는 단계까지는 가지 않았고 수비가 촘촘했다. 11-11 손현종의 서브타임에서 연속 4득점한 것이 분수령이었다. OK저축은행은 범실이 9→7개로 줄었지만 추격의 순간마다 범실이 나오는 그 타이밍이 너무 나빴다.
이날만큼은 KB손해보험의 경기력이 롤러코스터를 타지 않았다. 3세트 시작하자마자 황두연의 서브타임에서 4연속득점이 나왔고 6-3에서 펠리페의 서브 때 9-3으로 점수차를 벌리자 김세진 감독은 요스바니를 빼고 토종 선수들로만 경기를 마쳤다. 18-15에서 펠리페의 백어택과 손현종의 에이스가 경기를 끝내는 사실상의 결정타였다.
KB손해보험은 이번 시즌 첫 세트스코어 3-0(25-20 25-21 25-20) 승리를 따내며 2연승을 기록했다. 시즌 6승째(14패)다. 최근 공격지수가 상승하는 펠리페가 20득점(64% 공격성공률)으로 에이스의 역할을 했다. 손현종~황두연이 합작 20득점으로 균형을 맞춰준 것이 무엇보다 감독을 기쁘게 했다. 요스바니가 어깨와 무릎에 이상이 있는 OK저축은행은 최근 3경기 0-3 완패 등 4연패를 당했다. 시즌 최대의 고비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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