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랭킹 25위 정현은 최근 2019시즌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개막전인 타타오픈 단식 2회전에서 세계 95위 에르네스츠 걸비스(라트비아)에 패했다.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했기에 사실상 시즌 첫 실전 무대를 한 경기만에 물러났다.
한 해에 수십 경기를 치르는 투어에서 1패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겠지만 1세트 5-1까지 앞서다 역전당한 뒤 게임 스코어 0-2(6-7<2-7>, 2-6)로 지면서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 대회를 앞둔 정현은 컨디션이 좋았다는 게 소속 매니지먼트 업체의 설명이었다. 지난 연말 이벤트 대회였던 무바달라 챔피언십에선 세계 8위의 강호로 프랑스오픈 준우승자인 도미니크 팀(오스트리아)를 2-0으로 완파해 기대감을 부풀리기도 했다.
첫 단추를 제대로 못 끼운 정현에 대해 테니스 전문가들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공통적으로 서브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날 정현의 첫 서브 성공률은 56%로 걸비스(51%)보다 높았지만 그 내용은 썩 좋지 않았다. 첫 서브를 득점으로 연결시킨 확률은 46%에 그쳤다. 정현의 서브에이스는 0개였고, 더블폴트 3개를 했다. 걸비스는 8개의 서브에이스를 올리면서도 더블폴트는 1개로 막았다.
이 경기 해설을 맡은 박용국 NH농협은행 스포츠단 단장은 “저번 무바달라 챔피언십 때와 달라진 모습이었다. 서브할 때 스윙 아크를 키웠지만 체중 이동이 잘 되지 않았다. 서브 속도와 정확도가 모두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테니스 국가대표 출신인 노갑택 명지대 교수는 “서비스 교정을 많이 한 듯 보였다. 예전에는 테이크백 할 때 손목이 오픈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젠 라켓 면이 안쪽으로 들어오게 되면 다양한 구질의 서브를 넣을 수 있게 됐다. 적응기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노갑택 교수는 또 “테니스는 상대성이 많은 스포츠다. 상대방의 구질에 따라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정현은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 선수에게는 아주 강한 반면 강약 조절이나 체인지업을 하는 선수를 만나면 자기 공을 못 친다. 이런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테니스 전문가는 “정현은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다. 지난해부터 서브 토스를 할 때 양 발 스탠스의 폭이 자주 바뀌었다. 아직도 확신을 갖지 못하면서 서브에 대한 불안감이 생겼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정현을 발굴해 길렀던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 회장은 “시즌 첫 대회의 중요성은 크다. 기술적인 부분을 떠나 몸 상태나 멘탈이 매우 중요한 데 자신감을 잃지 않아야 한다. 지난해 4강까지 올랐던 호주오픈 개막전까지 두세 경기를 이기는 상황을 맞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현은 이제 겨우 1개 대회 만 치렀을 뿐이다. 아직 갈 길은 멀다. 한국 테니스의 전설 이형택은 “경기에선 크게 앞서다 질 수도 있다. 대회 우승하고 바로 다음주에 1회전 탈락할 수도 있다. 그게 바로 테니스다. 나 역시 타이브레이크에서 0-6으로 뒤지다 잡은 경우도 있다. 그러면서 배우는 것이다”고 말했다.
박용국 단장은 “일시적으로 갑작스러운 난조가 찾아와 흐름을 잃은 탓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현은 7일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열리는 ATP투어 ASB클래식에 시즌 두 번째로 출전한다. 14일 호주 멜버른에서 개막하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 호주오픈을 앞둔 마지막 전초전에서 그가 어떤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현은 ASB클래식 1회전에서 뉴질랜드의 루빈 스테이덤(373위)과 맞붙는다. 정현은 스테이덤과 2016년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커베서 한 차례 만나 3-0(6-2, 6-4, 6-2)으로 이긴바 있다. 이번에도 승리하면 스티브 존슨(33위·미국)-얀 레나르트 스트러프(57위·독일) 경기 승자와 16강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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