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위에 패배한 25위… ‘불안한 출발’ 정현을 보는 여러 시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5일 09시 00분




서브 일관성 향상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정현.
서브 일관성 향상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정현.
한국 테니스의 간판스타 정현(23·한국체대)의 새해 첫 발걸음이 무거워 보인다.

세계 랭킹 25위 정현은 최근 2019시즌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개막전인 타타오픈 단식 2회전에서 세계 95위 에르네스츠 걸비스(라트비아)에 패했다.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했기에 사실상 시즌 첫 실전 무대를 한 경기만에 물러났다.

한 해에 수십 경기를 치르는 투어에서 1패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겠지만 1세트 5-1까지 앞서다 역전당한 뒤 게임 스코어 0-2(6-7<2-7>, 2-6)로 지면서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지난 연말 국내 스폰서 행사에 참석한 정현.
지난 연말 국내 스폰서 행사에 참석한 정현.
이 대회를 앞둔 정현은 컨디션이 좋았다는 게 소속 매니지먼트 업체의 설명이었다. 지난 연말 이벤트 대회였던 무바달라 챔피언십에선 세계 8위의 강호로 프랑스오픈 준우승자인 도미니크 팀(오스트리아)를 2-0으로 완파해 기대감을 부풀리기도 했다.

첫 단추를 제대로 못 끼운 정현에 대해 테니스 전문가들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공통적으로 서브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정현을 길러낸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장과 김일순 윤용일 전 감독. 김종석 기자
정현을 길러낸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장과 김일순 윤용일 전 감독. 김종석 기자

이날 정현의 첫 서브 성공률은 56%로 걸비스(51%)보다 높았지만 그 내용은 썩 좋지 않았다. 첫 서브를 득점으로 연결시킨 확률은 46%에 그쳤다. 정현의 서브에이스는 0개였고, 더블폴트 3개를 했다. 걸비스는 8개의 서브에이스를 올리면서도 더블폴트는 1개로 막았다.

이 경기 해설을 맡은 박용국 NH농협은행 스포츠단 단장은 “저번 무바달라 챔피언십 때와 달라진 모습이었다. 서브할 때 스윙 아크를 키웠지만 체중 이동이 잘 되지 않았다. 서브 속도와 정확도가 모두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박용국 NH농협은행 스포츠단 단장.
박용국 NH농협은행 스포츠단 단장.


테니스 국가대표 출신인 노갑택 명지대 교수는 “서비스 교정을 많이 한 듯 보였다. 예전에는 테이크백 할 때 손목이 오픈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젠 라켓 면이 안쪽으로 들어오게 되면 다양한 구질의 서브를 넣을 수 있게 됐다. 적응기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노갑택 교수는 또 “테니스는 상대성이 많은 스포츠다. 상대방의 구질에 따라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정현은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 선수에게는 아주 강한 반면 강약 조절이나 체인지업을 하는 선수를 만나면 자기 공을 못 친다. 이런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에서 정현과 임용규의 남자복식 금메달을 이끈 노갑택 당시 대표팀 감독(명지대 교수)과 장호배 대회를 개최하는 홍순모 회장.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에서 정현과 임용규의 남자복식 금메달을 이끈 노갑택 당시 대표팀 감독(명지대 교수)과 장호배 대회를 개최하는 홍순모 회장.

한 테니스 전문가는 “정현은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다. 지난해부터 서브 토스를 할 때 양 발 스탠스의 폭이 자주 바뀌었다. 아직도 확신을 갖지 못하면서 서브에 대한 불안감이 생겼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정현을 발굴해 길렀던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 회장은 “시즌 첫 대회의 중요성은 크다. 기술적인 부분을 떠나 몸 상태나 멘탈이 매우 중요한 데 자신감을 잃지 않아야 한다. 지난해 4강까지 올랐던 호주오픈 개막전까지 두세 경기를 이기는 상황을 맞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현은 이제 겨우 1개 대회 만 치렀을 뿐이다. 아직 갈 길은 멀다. 한국 테니스의 전설 이형택은 “경기에선 크게 앞서다 질 수도 있다. 대회 우승하고 바로 다음주에 1회전 탈락할 수도 있다. 그게 바로 테니스다. 나 역시 타이브레이크에서 0-6으로 뒤지다 잡은 경우도 있다. 그러면서 배우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 테니스의 오늘과 어제인 정현(오른쪽)과 이형택.
한국 테니스의 오늘과 어제인 정현(오른쪽)과 이형택.

박용국 단장은 “일시적으로 갑작스러운 난조가 찾아와 흐름을 잃은 탓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현은 7일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열리는 ATP투어 ASB클래식에 시즌 두 번째로 출전한다. 14일 호주 멜버른에서 개막하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 호주오픈을 앞둔 마지막 전초전에서 그가 어떤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현은 ASB클래식 1회전에서 뉴질랜드의 루빈 스테이덤(373위)과 맞붙는다. 정현은 스테이덤과 2016년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커베서 한 차례 만나 3-0(6-2, 6-4, 6-2)으로 이긴바 있다. 이번에도 승리하면 스티브 존슨(33위·미국)-얀 레나르트 스트러프(57위·독일) 경기 승자와 16강전을 치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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