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7일 오후 10시30분(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을 갖는다.
상대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6위의 필리핀이다. 화려했던 과거가 미래의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역대 전적에 비춰볼 때 필리핀이 우리보다 한 수 아래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은 그동안 필리핀과 7차례 싸워 전승을 거뒀다. 모두 압도적인 승리였다. 36골을 넣는 동안 실점은 ‘0’이다. 가장 최근 맞대결이었던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1차예선에서는 신현호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8-0으로 이겼다.
방심이 유일한 적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전력차가 존재하지만, 한국이 세계 최강 독일을 쓰러뜨린 것처럼 축구에서는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 특히 그동안 아시안컵 첫 경기에서 속 시원한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가 약체라도 경계를 늦추긴 어렵다.
우승 후보로 분류되는 한국은 첫 경기부터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월드컵과 달리 아시안컵에서는 대회 중반 이후 일정까지 고려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만족스러운 스타트를 끊은 것은 손에 꼽힌다. 1990년대 이후로 범위를 좁혀도 마찬가지다. 이 기간 동안의 1차전 성적은 2승4무에 불과하다.
1996년 UAE 대회에서는 개최국 UAE와 1-1로 비겼고, 2000년 레바논 대회에서는 중국과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전반 29분 이영표의 선제골과 후반 12분 노정윤의 추가골이 나왔으나 수마오첸과 판즈이에게 연속골을 헌납해 승수 쌓기에 실패했다.
무승 행진은 이후 두 차례 더 이어졌다. 박지성, 안정환, 이동국 등 당대 최고 스타들이 총출동했던 2004년 중국 대회 1차전에서는 요르단(0-0)의 골문을 열지 못했고, 동남아시아 4개국이 공동 개최한 2007년 사우디아라비아전은 1-1로 마쳤다.
2011년 카타르 대회와 2015년 호주 대회에서는 각각 바레인과 오만을 2-1, 1-0으로 제압했으나 이상적인 경기는 아니었다. 특히 4년 전 오만전은 후반 추가 시간 김진현의 결정적인 선방이 아니었다면 무승부로 끝날 뻔했다.
이번 대회 초반에는 유독 이변이 많이 나오고 있다. 지난 대회 결승에서 한국을 누르고 정상에 오른 호주가 요르단에 덜미를 잡힌 것이 대표적이다. 요르단과 필리핀의 수준이 다르고, 호주의 전력 또한 예년에 비해 떨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더더라도 호주의 패배는 축구 경기에서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재차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벤투 감독은 6일 필리핀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많은 이들이 당연히 호주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우리에게 아주 좋은 교훈이 될 것”이라면서 “우리가 범할 수 있는 가장 큰 실수는 쉬운 상대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선수들이 다들 겸손한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본다. 존중하는 마음으로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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