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여자부 KGC인삼공사가 9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11월29일 현대건설과의 2라운드 경기에서 나온 외국인선수 알레나의 발목부상 이후 치러진 9경기 27세트 동안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했다.
9일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GS칼텍스와의 4라운드는 최근 인삼공사의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많았다. 토종선수들만으로 알레나의 부상공백을 메우려고 노력했지만 막판에 한계가 드러났다. 20점 부근까지는 어찌어찌 따라간다고 해도 그 이후에 주저앉는 것이 경기 내내 반복됐다.
1세트는 먼저 세트포인트까지 도달했으나 듀스를 허용하고 24-26으로 물러섰다. 왼손 OPP 이예솔이 7득점하고 최은지가 6득점으로 힘을 냈지만 9점을 몰아친 상대 외국인선수 알리의 기세가 더 강했다. 2,3세트는 22-22까지는 따라붙었다. 물론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공교롭게도 GS칼텍스는 중요한 순간마다 알리가 클러치공격을 성공시켰다. 반면 인삼공사의 결정적인 공격은 범실로 끝났다. 그 한방의 차이가 세트스코어 0-3(24-26 22-25 22-25)의 결과였다.
가뜩이나 외국인선수 알레나가 차지하는 공격비중이 높았던 인삼공사로서는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경기를 팽팽하게 끌고 갔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아야 할 것 같다.
최근의 인삼공사 배구가 처한 상황을 놓고 구단 관계자는 골프에 비유했다.
“지금 우리 팀은 드라이버 없는 골프를 치고 있다. 티샷 장타가 필요한 곳에서 드라이버가 없다면 아무리 우드와 아이언 샷을 잘 쳐도 버디는 어렵다. 우리 팀의 배구로서는 파플레이를 하는 것이 최고”라고 그는 설명했다.
누구나 알겠지만 외국인선수는 팀에서 가장 필요한 큰 공격을 하는 역할이다. 상대 블로킹이 2명 이상 따라붙는 하이볼 상황이나 디그 이후 반격과정에서 세트플레이가 되지 않은 연결을 득점으로 성공시켜줘야 팀은 힘이 생긴다. 알레나는 그런 능력이 뛰어났다. 그래서 토종선수의 멤버구성이 다른 팀에 비해 떨어졌어도 2016~2017시즌 봄배구까지 갔다.
이번 시즌 1라운드에 4승1패를 기록하며 선두로 떠오른 비결이었다.
한동안 인삼공사 유니폼을 입은 많은 선수들이 서남원 감독을 따르고 함께 행복하게 운동한다는 행복배구로 선풍을 일으켰지만 지금은 그 단어가 사라졌다. 연패에 빠진 팀에게는 어떤 아름다운 스토리가 있더라도 쉽게 잊혀진다.
엎친데 덮친다고 그동안 알레나의 반대편에서 쏠쏠한 활약을 해주던 윙공격수 채선아 마저 허리부상으로 최근 결장 중이다. 9일 GS칼텍스와의 경기 때도 채선아는 원업존에서 치료용 핫팩을 계속 허리에 대고 경기를 지켜봤다.
기대주 지민경은 컨디션 난조로 훈련과정에서부터 신뢰를 주지 못하는 상황.
결국 서남원 감독은 9연패 기간동안 고교생 박은진 나현수 이예솔 등에게 많은 기회를 주며 경험을 쌓는 것에 만족했다. 이들 어린 선수들은 패배 속에서도 조직력을 차츰 다져갔다. 상대팀 차상현 감독도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20점 이후 긴박한 상황에서 서로의 동선이 겹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면서 기대했던 한 세트도 따내지 못했다.
서남원 감독은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알레나의 출전을 최대한 늦춰왔다. 무리해서 출전을 강요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 당장 눈앞의 승리를 위해 선수생명에 위협을 주는 조기출전은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런 배려 덕분에 알레나는 이제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인삼공사의 다음 경기인 16일 흥국생명전까지 팀을 재정비할 시간여유가 있다. 서남원 감독은 “남은 기간 알레나와 함께 훈련하며 팀워크를 다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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